'日 힙합 현재' 크리피 너츠, 韓서 뜨거운 '코첼라 출정식'
뉴시스
2025.10.23 12:36
수정 : 2025.10.23 12:36기사원문
18~19일 예스24 라이브홀 내한공연 리뷰
크리피 너츠가 지난 18~1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국내 팬들과 재회한 무대는 리듬감의 충동이 주는 물성의 라이브에 대단한 힘이 있다는 걸 느끼게 했다. 그간 페스티벌을 통해서만 내한한 크리피 너츠의 단독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우갓코오 니쥬니넨세에'(中学校22年生)로 시작한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 챔피언들이 뭉친 팀다웠다. 래퍼 R-시테이는 일본 래퍼 프리스타일 배틀 대회에서 3연패 기록의 소유자, DJ 마츠나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DJ 대회 'DMC 월드 DJ 챔피언십(WORLD DJ CHAMPIONSHIPS) 2019' 우승자다.
힘이 넘치는 R-시테이의 래핑은 빈틈없는 보폭으로 나아가면서, 특유의 어감과 리듬감을 곳곳에 심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DJ 마츠나가는 R-시테이가 나아가는 길에 단단한 징검돌을 하나씩 놓았다. 그의 기교는 대단하지만, 쇼타임을 제외하고는 R-시테이의 랩과 노래에 철저히 복무한다. 공연에서 말도 거의 하지 않는 그다.
크리피 너츠의 콘서트가 특히 대단한 건 위트다. 자신들의 나라인 일본의 정체성을 뽐내지 않으면서 이를 인지시키고 공감하게 만드는 화법과 작법이 일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패니즈(japanese)'. R-시테이는 이 곡을 부르기 전 오타니, 닌자, 사무라이 등 일본을 대표하는 상징을 언급하며 자신들은 이들이 아니라고 빌드업했다. 이후 바로 '재패니즈'를 들려줬는데 스모, 가라테 등 일본적인 요소가 계속 언급되는 이 곡은 이들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자연스럽게 각인시켰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히트한 일본 TV 애니메이션 '마슐(MASHLE)' 2기 오프닝 테마곡 '블링-뱅-뱅-본(Bling-Bang-Bang-Born)'을 떼창하는 대목은 이 현상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막바지에 들려준 '노비시로(NOBISHIRO)(のびしろ)'였다. 서울에서 단독 공연이 자신들이 세계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순간이라며, 본인들의 가능성과 포부를 담은 이 노래를 부를 때 내년 4월 이들이 설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가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우리는 무조건 잘 될 거라는 일부 힙합의 스웨그 식 주장이 아닌, 관객들과 함께 해 자신들의 가능성이 커간다는 믿음이 좋은 서사를 빚어냈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한국어로 소통하려고 한 R-시테이의 노력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약 25곡을 들려주는 내내 크리피 너츠는 힙합하는 이들이 만드는 멋진 공연이란 무엇인지 좋은 사례를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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