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사 30% 퇴출된다"..티메프·홈플 불똥에..유통 직매입 정산주기 단축 우려 확산
파이낸셜뉴스
2025.10.23 16:33
수정 : 2025.10.23 16: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티메프·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현행 60일 이내인 유통업계 직매입 납품업체 정산주기가 20일로 단축되면 1년 안에 중소 입점사 30% 가량이 퇴출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산주기가 단축되면 대형 유통사들의 상품 발주량이 감소해 작은 업체일수록 생존율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업체 보호를 명목으로 정산주기 단축을 추진하지만, 오히려 납품 중소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직매입 플랫폼의 정산주기가 60일에서 20일로 줄어들 경우 1년 안에 중소 입점업체의 30% 가량은 거래가 끊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을 대상으로 총 1년(52주) 간 정신주기 60일(9주)과 20일(3주) 시나리오를 각각 설정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납품·입점 소상공인·유통업체·소비자 등에 미치는 정산주기 단축 영향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정산주기를 60일로 설정해 1년간 유지하면 업체들은 안정적인 생존율을 보였으나 플랫폼 정산주기를 20일로 단축한 1년 뒤엔 약 74%의 중소 납품업체만 생존할 것으로 추정됐다. 약 30%의 중소업체는 거래가 끊겨 도태된다는 것이다. 도태되는 중소업체들의 피해액은 1년간 최대 21조원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정산주기 단축에 따른 비용 압박이 증가하면, 플랫폼 기업은 재고비용의 감축을 위해 상품 수와 종류를 소량만 확보하게 된다"며 "다양한 품목과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대기업과 달리, 자원이 한정된 소상공인 상품 발주량을 크게 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량 등 격차는 1년 안에 2.4배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학계는 정산주기 단축이 강행될 경우 피해는 연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중소업체들은 판매된 상품에 대해 20~30일내 정산해주는 중개거래보다 판매여부와 상관 없이 납품한 모든상품에 대해 정산해주는 직매입 형태를 선호한다"며 "직매입 정산주기가 단축되면 유통업자들이 매입량을 줄일 것이고 중소납품업체의 납품량 감소, 재고 부담 증가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업계에서도 공정위의 추가 규제 움직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직매입 상품 대금을 60일 이내 지급하라고 규정하지만 백화점 업계는 평균 15일 이내, 대형 마트는 평균 30일 이내에 직매입 상품 대금을 납품 업체에 정산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경우 50~60일 이내에 정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의 자금 유동성을 돕기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박리다매 구조가 유통업의 기본인 만큼 판매대금 회수 이전에 지급이 이뤄질 경우 현금 유출이 앞서게 된다"며 "이 경우 매입 여력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중소 납품업체의 납품 규모가 축소되는 등 시장 전체의 거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정산주기가 앞당겨질 경우 중소유통사는 홈플러스처럼 재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외국 유통사는 대부분 60일 정도 되는데 급속도로 정산주기 단축 논의가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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