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코앞인데… 美 'SW 수출 제한' 보복카드 만지작

파이낸셜뉴스       2025.10.23 18:30   수정 : 2025.10.23 18:29기사원문
中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 맞대응
노트북·제트엔진 등 품목 광범위
실행 여부·시기는 알려지지 않아
24일 말레이서 고위급 무역회담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무역회담을 앞두고 미국 소프트웨어 기반의 대중국 수출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에 대응할 카드다. 실행 여부와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24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제5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무역협상을 이끄는 허리펑 부총리가 24∼27일 대표단을 이끌고 말레이시아를 방문, 미국 측과 무역협상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양국은 올해 들어 양국 정상이 통화로 한 합의에 따라 중미 경제·무역관계 중의 중요한 문제에 관해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중국과의 고위급 협상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지난 4월부터 서로 고율 관세와 무역 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대치해온 두 나라는 스위스 제네바(5월)와 영국 런던(6월), 스웨덴 스톡홀름(7월), 스페인 마드리드(9월)로 장소를 바꿔가며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고 쟁점을 논의해왔다.

이번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이날 노트북, 스마트 기기에서 제트엔진에 이르기까지 미국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제작된 광범위한 품목을 제재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고 CNN 등이 전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예고한 '중국에 대한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차단' 발언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11월 1일부터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백악관에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이 조치가 소프트웨어든 엔진이든 시행될 경우 G7 동맹국들과 공조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직 무역당국자 에밀리 킬크리스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이지만, 실행은 매우 복잡하고 미국 산업계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실제로 실행 가능한 위협만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中, 정상회담 전 실무 협의

그리어 USTR 대표와 베선트 장관은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정상회담 사전 협의를 위해 만날 예정이다. 그리어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베선트 장관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이동해 중국 관리들과 회담할 것"이라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억제 조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이며 불균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수개월 전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를 계속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그리어 대표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회담 일정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다음 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 회담이 성사될지는 양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그리어 대표는 이번 협의에서 농업 문제도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수수 구매를 중단한 것은 미국 농민에게 의도적으로 타격을 주려는 행위"라며 "중국은 트럼프 1기 당시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농산물·공산품 구매 의무를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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