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밝히는 광한루… 달궁계곡·신생마을은 오색단풍 절정

파이낸셜뉴스       2025.10.24 04:30   수정 : 2025.10.24 04:30기사원문
가을빛으로 물든 전북 남원
화려함·고즈넉함이 공존하는 광한루
야간에도 공연 이어져 밤 데이트 명소
소나무숲 둘러싸인 김병종미술관
미술작품 즐기며 숲멍 때리기 힐링
광한루원과 10분거리 신생마을
핑크뮬리·댑싸리 등 가을꽃 넘실
몽환적인 분위기에 인증샷 명소



【남원(전북)=정순민 기자】여행하기 좋은 10월, 전북 남원에서 큰 잔치가 연이어 열렸다. 첨단기술과 스릴이 넘치는 '남원국제드론제전 with 로봇'과 남원의 밤을 낭만으로 물들인 '남원국가유산야행'(이상 16~19일), 흥부와 놀부 설화를 테마로 한 '제33회 흥부제'(17~19일)다. 축제는 이미 끝났지만 남원은 여전히 핫하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광한루원을 비롯해 남도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남원피오리움과 시립김병종미술관, 가을빛으로 곱게 물든 달궁계곡과 신생마을이 있어서다. 노루 꼬리 만큼 짧은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서둘러 전북 남원을 다녀왔다.



■광한루의 낮과 밤은 아름답다

낭만 가득한 가을밤을 즐길 수 있었던 '남원국가유산야행'이 막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성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눴던 광한루와 오작교, 완월정, 영주각, 춘향사당, 월매집 등이 있는 '남원의 핫플레이스' 광한루원은 여전히 야간 개방을 하고 있어서다. 매일 아침 8시 문을 여는 광한루원은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는 밤 9시에, 동절기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밤 8시에 문을 닫는다.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 나절이면 광한루원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광한루원 곳곳에 설치된 청사초롱과 주요 시설을 환하게 비추는 야간 조명에 색색깔의 불이 밝혀지면서다. 반짝이는 LED 장미가 가득한 월궁 장미정원과 보랏빛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은 사랑의 오작교도 고운 자태를 뽐낸다. '호남제일루'로 꼽히는 광한루에 올라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화려하면서도 고즈넉한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광한루원 경외상가 일대에는 야간 먹거리존과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오픈 무대가 마련돼 있어 낮보다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다. 광한루원에서 길 건너 요천변까지 이어지는 둑방길과 수변 산책로를 쉬엄쉬엄 걸어도 좋다.



■김병종미술관과 남원피오리움

남원에는 '남원다운'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는 문화공간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남원 출신 동양화가 김병종(72·서울대 미대 명예교수)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과 지난 4월 폐산업 시설을 리뉴얼해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남원피오리움'이다.

지난 2018년 김 화백이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면서 개관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형 미술관으로, 미술작품뿐 아니라 자연을 감상하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 박스를 쌓아올린 듯한 외관부터가 남다른 미술관은 소나무숲에 둘러싸여 있어 '숲멍'을 하기에 좋고, 전시 공간 곳곳에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큰 통창이 있어 멀리 지리산 능선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고요함을 즐기기에도 적합한 장소다.

또 김병종미술관은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여행작가로도 이름난 작가가 기증한 각종 문학 관련 자료와 책들을 보유하고 있어 미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2000권이 넘는 미술·문학·인문학 관련 도서가 비치된 북카페도 이같은 미술관의 독특한 역할에 일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동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남원피오리움에선 '빛으로 피어나는 남원'을 테마로 한 각종 미디어아트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달궁계곡과 신생마을의 가을

남원에는 절정을 향해가는 가을을 영접할 수 있는 장소도 많다. 김병종미술관에서 자동차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달궁계곡은 반야봉(1751m), 노고단(1507m), 만복대(1437m) 등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곳으로, 지리산 그 어느 마을보다도 가을이 빨리 찾아오는 곳이다. 이곳은 기원전 350년 삼한시대 때 온조왕의 백제 세력에 쫓긴 마한의 효왕이 지리산으로 들어와 쌓은 피란도성이 있던 지역으로 지금도 달궁마을 주차장 바로 아래쪽에 궁터가 남아 있다. 민박집이 몰려 있는 달궁마을 옆으로 지리산 종단도로가 지나고 있어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편이지만, 계곡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쟁기소, 와폭, 구암소, 청룡소, 안심소 등 폭포와 소(沼)가 많아 비경을 이룬다.


가을을 두 눈으로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다면 남원시 용정동 신생마을로 가보자. 신생마을은 남원 중심가에 있는 광한루원을 기점으로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거리여서 찾아가기도 쉽다. 이곳 꽃단지에는 붉은 빛으로 피어난 핑크뮬리 외에도 코키아(댑싸리), 팜파스그라스(아르헨티나 억새) 등이 만발해 완연한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고, SNS용 가을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딱이다. 여기에는 이밖에도 백일홍, 코스모스, 아스트국화(과꽃) 등 다양한 종류의 가을꽃이 앞다퉈 피어나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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