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APEC 계기 관세 타결까지 갈길 멀다"…장기전 불사 '배수진'

뉴스1       2025.10.24 05:33   수정 : 2025.10.24 05:37기사원문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4일 새벽 인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한재준 한병찬 기자 =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한 한미 양국 협상이 진통을 이어가는 모양새이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9일 정상회담을 갖지만 관세협상 타결 선언이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의 대미 직접 투자 여력은 연간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수준이다. 이조차 우리 투자 여력을 최대치로 상정한 것으로, 100억 달러 안팎을 제시한 우리 측과 이보다 더 많은 직접 투자를 요구하는 미국 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단순 '타결 발표' 성과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넘길 수 있다는 시그널을 잇달아 내놓으며 마찬가지로 성과 부담을 느끼는 미국 측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용범 "한두 쟁점 팽팽…APEC 계기 타결 갈길 멀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을 마치고 24일 새벽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APEC은 코앞이고 그래서 좀 날은 저물고 있는 그런 상황인데 만약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고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협상이라는 것이 내용들이 서로 연계되어 있고, 그래서 그렇지만 많은 부분은 의견이 많이 좁혀져 있다"면서도 "협상이 항상 그렇지 않느냐,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거 한두 가지가 끝까지 양국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그런 형국인데, 전형적인 협상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함께 방미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아직도 조금 진행 중인 부분들이 있다. 몇 가지 쟁점들이 남아있고, 그게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와 있는 상황"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초반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선불을 요구해 온 미국 측은 우리나라 경제 및 외환보유고 규모 등을 감안해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전체 투자 규모를 유지하며 최대한 높은 현금 비중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측은 연간 150억 달러, 최대 200억 달러 수준이 최대 여력으로, 대미 투자는 다른 대외여건 등을 감안해 100억 달러 안팎의 직접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금액은 대출·펀드로 충당하고 투자처 선정 및 수익 배분 등도 우리 측의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맞선다.

李대통령 "상당히 많은 시간·노력 필요"…협정문 '족쇄' 우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이같은 입장을 설명하며 APEC 정상회의 계기로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의 고압적 태도가 이어진다면 APEC 계기 타결을 포기하고 장기화도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공개된 CNN과 인터뷰에서 APEC 계기 관세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면서 "(양국 입장차를)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더 나아가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투자 금액을 명시하는 협정문 또는 팩트시트 형태의 문서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장기 경제상황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만큼 자칫 우리 정부에 두고두고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이 계속 압박하고 우리는 방어하는 입장인데 합의문을 작성한다는 것이 방어가 잘 되었다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합의문을 썼다는 게 (협상이) 잘 됐다, 안됐다를 판가름하는 잣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역시 관세협상의 조속한 타결이 최우선인 만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남아있다.

김용범 실장은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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