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이대로 좋은가

파이낸셜뉴스       2025.10.27 14:59   수정 : 2025.10.27 14:59기사원문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



[파이낸셜뉴스] 2년 앞으로 다가온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를 향한 지역 사회의 기대가 점차 우려와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 이 대회는 충청권 4개 시도가 힘을 합쳐 유치한 국제적인 스포츠 축제이자, 지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이다. 또한 전 세계 150개국 15,000여명의 스포츠인들을 초청하는 대회이자, 새 정부의 위상을 드러내는 첫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총괄해야 할 조직위원회와 지자체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가시적인 준비성과는 보이지 않고, 책임자들은 위기의식조차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고사하고,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가장 큰 문제는 총체적인 준비 부족이다. 대회의 핵심인 경기장 시설 확보 계획은 여전히 안개 속이며, 선수촌과 미디어촌 건립 또는 대체 계획도 지지부진하다. 대규모 인력과 물자가 이동할 교통 인프라 대책, 전 세계 대학생들을 맞이할 숙박 및 관광 연계 프로그램 개발 역시 구체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유치 당시 약속했던 장밋빛 미래는 간데없고, '과연 채 2년도 안 남은 지금, 시간 안에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만이 남았다. 조직위원회는 항상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만,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도민과 시민들은 전혀 체감할 수 없고 대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지역민이나 학생들이 태반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충청권 4개 시도 지자체장들의 무관심이다. 탄핵정국에 이은 정치적 상황과 2026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의 관심은 오직 재선과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충청권의 백년대계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이들이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대회 준비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대회 성공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적시에 투입하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끌어내는 등 지자체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야가 뒤바뀐 지금의 모습은 리더십보다는 폭탄 돌리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도 단체장들이 눈앞의 선거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이, 충청권의 미래는 표류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정점에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조직위원회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의 조직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컨트롤타워'라기 보다는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임에도 무엇이든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려는 무사안일과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전문성 없는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귀중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듯하다. 위기 상황을 돌파할 비전 제시도, 실무적인 문제 해결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대회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떠넘길 판이다.

결론적으로,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가 성공하기 위한 길은 단 하나,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뿐일 것이다. 지자체장들은 내가 개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안이함 뒤에 숨지 말고, 대회 준비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현재의 무능하고 비현실적인 집행 기능을 즉각 개선하고, 스포츠 행정 및 국제 협력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참신한 인물들로 새롭게 조직을 꾸려야 한다. 우리에게 그럴 만한 스포츠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신임 문체부 주무 차관이 평창동계올림픽 붐업의 산증인이자 스포츠행정 전문가라고 하니 이에 기대해 볼만하지만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시기이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이대로 1년을 허비한다면, 충청권은 전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것이며 현 정부가 모든 오명을 뒤집어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충청권의 자존심과 미래가 걸린 이 중차대한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지금 당장 메스를 들어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래도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대회를 반납하는 것이 실용주의 대한민국의 혜안일 것이다.

백영준(대전대 특임교수, 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안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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