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車시장 판 커지는데… 한국차만 관세 장벽에 '허덕'

파이낸셜뉴스       2025.10.28 18:15   수정 : 2025.10.28 19:43기사원문
올 판매량 34% ↑ 35만4600대
日·유럽 관세율 0% 진입 가시화
韓 최대 70% 부과에 경쟁력 위기
현대차 주력 '엑센트' 4위로 밀려
양국 통상·무역당국 간 협의 시급
고급 완성차 등 제품 다양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부 튀 띠엔 통신원】"일본·유럽차는 2030년이면 관세 0%를 적용받게 되는데, 한국은 70%의 관세를 물게 되면 과연 경쟁이 될까요."

베트남 수입 완성차(CBU) 시장에서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가 국가 차원의 관세협정 등을 통해 '관세율 0% 시대'에 다가서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의 수입 완성차는 무방비로 30~70% 관세를 부과 받으며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지에서는 한·베 양국 통상·무역 당국간 협의로 경쟁국인 일본·유럽연합(EU)에 준하는 관세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日·EU, 발빠른 협상으로 2030년 제로 관세 누리는데…

28일 현지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과 EU는 앞서 베트남 정부와 FTA 협정 등을 맺고, 완성차 수입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 국가의 자동차 업체들은 오는 2030년경이면 베트남 시장에서 관세율 0%를 적용받아 관세를 아예 물지않게 된다.

일본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을 통해 2030년까지 베트남에서 일본산 완성차는 관세율 0%를 적용받게 된다. 또 유럽은 지난 2020년 베트남과 FTA를 통해 해마다 6%씩 관세를 인하하고 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도 지난 2018년 베트남과 협상을 통해 해당 지역의 완성차 수입 관세율을 0%로 낮췄다.

현재 베트남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베트남 현지기업 탄콩, 타코와 협력해 현지에서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차량을 조립·생산을 통해 현대차는 연 8만대, 기아는 약 6만대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 이외 지역에서 차량이나 부품을 수입해 시장에 판매할 경우 30~70%의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현대차 등 국내 업체들은 이 방식을 통해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지 반조립생산으로는 제품 라인이 너무 한정적이어서 최근 다양하게 변하고 있는 현지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고민이다. 최근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수요가 고급화·세분화되면서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차도 경쟁력 있는 완성차를 들여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도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해 고급 차량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CKD 방식으로는 이 같은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고 수입을 통해 제품 라인을 보완하려 하지만 관세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베트남은 내수 1억명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대표 시장이지만 현대차는 베트남 시장에 한 자릿수 인력만 파견하고 있고, 마케팅을 비롯한 현지 관련 활동은 파트너사인 탄콩에 일임하는 등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변화 못 읽어 점유율 뒷걸음질

베트남자동차제조협회(VAMA)의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베트남 내 누적 판매량은 35만4600대로 전년 대비 34% 급증했다. 시장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량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에따라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는 약 10만3884대로 전년 대비 103%나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역시 5652대에서 9785대로 73% 증가했다. 반면 휘발유 차량은 24만6000대로 아직 가장 많지만 성장률은 8%대에 그치고 있다.

차량별 시장 점유율은 친환경 차량(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이 지난해 14%에서 올해 28.7%로 두 배 뛰었다. 차종별로도 변화가 뚜렷했다. 2025년 Top 10 모델 중 8개가 SUV·크로스오버형이다. 현대차의 주력 차종인 세단은 단 한 대도 없다. 불과 2023년까지만 해도 베스트셀러 5종 중 두 개가 세단(현대 엑센트, 토요타 비오스)이었지만 2년만에 선호도가 달라진 것이다. 현대차는 주력 차종인 세단 분야에서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차인 현대차 엑센트는 도요타, 혼다, 마쓰다에 이어 4위까지 추락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베트남의 자동차 보급률은 현재 30명당 1대꼴로 매우 적지만 최근 수년 전부터 판매량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면서 "2030년 무관세를 적용받는 일본과 EU 차량과 비교할 때 베트남 내 CKD로 생산된 현대차의 라인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은 CKD와 더불어 고급라인의 완성차 수입이 없다면 현대차는 중국에서의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관세 인하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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