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졌다 깨어난 뒤 갑자기 '태국 억양'으로 변했다" 20대女, 무슨 일?

파이낸셜뉴스       2025.10.29 05:38   수정 : 2025.10.29 07: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대 젊은 여성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깨어나자마자 자신이 쓰던 영국식이 아닌 '태국 억양'으로 말하게 돼 화제다.

29일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캐시 워런(29)은 지난해 9월, 친구들과 함께 터키로 여행을 떠났다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병원으로 이송된 캐시는 여러 차례의 정밀검사를 받은 끝에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 날 깨어난 그녀는 왼쪽 몸이 마비된 상태였고, 본래의 햄프셔식 영국 억양이 사라지고 태국 억양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식 발음으로 말하던 내가, 갑자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며 "엄마가 태국 분이라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의사들이 말했지만,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캐시는 튀르키예 병원에서 한 달을 보낸 뒤 영국으로 돌아와 1년 가까이 재활 훈련과 함께 언어치료도 받았지만 억양은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캐시는 '외국 말투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뇌 손상 등으로 인해 말의 리듬과 억양이 바뀌어 전혀 다른 언어권의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게 되는 증상이다.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평생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외상성 뇌손상 이후 발생하는 희귀 질환..언어·심리 치료 받아야


'외국 말투 증후군'은 1907년 처음 보고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00건 미만의 사례만 보고될 정도로 매우 드문 질환이다.

평소와 달리 낯선 억양, 외국어 억양으로 말하게 되며,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 외상성 뇌 손상 등 뇌의 언어 중추 손상이나 드물게 정신적 스트레스,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등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원래 사용하던 언어의 발음과 억양이 변해서 마치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들리게 되지만, 실제로는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발음 과정에 변화가 생겨 말투나 억양이 달라지는 희귀 언어 장애다.

환자는 원래 사용하던 언어를 그대로 말하려고 하지만 특정 자음이나 모음이 달라지면서 외국어의 억양을 띠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를 구사하던 사람이 갑자기 모음을 길게 늘이거나 짧게 끊어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어나 독일어 등 특정 언어의 억양과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

또한 원래의 문장 구조가 바뀌면서 문법적으로 어색한 표현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가게에 갔다"를 "가게에 나는 갔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순이 변하는 경우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원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뇌에 이상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고, 손상이 없다면 언어 치료 등을 받는다.


언어 치료는 환자의 발음 과정을 파악해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 환자는 외로움, 우울감 등을 느낄 수 있다. 방치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사람에 대한 불신 등도 심해질 수 있어 심리 치료가 동반되기도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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