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얻고, 실익 내줘… 반도체 숙제 남아"

파이낸셜뉴스       2025.10.30 18:15   수정 : 2025.10.30 18:14기사원문
전문가들이 바라본 관세협상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우려를 피하고 투자 구조를 현실화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 관세 조율, 투자이익 환수 방식 등 실질적 이익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피하고 안정성 확보"

30일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구기보 교수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안정성은 확보했고, 실익은 내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처음엔 3500억달러 현금투자를 요청했지만, 연 최대 200억달러씩 분산투자로 마무리된 만큼 과도한 부담은 피했다"며 "투자처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제동 장치를 넣은 것도 실질적 성과"라고 설명했다.

KDI 송영관 선임연구위원은 "안보 부문은 '대박'을 쳤다고 본다"며 "핵추진잠수함 자국 건조나 플루토늄 고농축 허용이 포함됐다면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 분야는 중간 수준"이라며 "3500억달러 직접투자가 외환조달 자금으로 바뀌면서 실질적 후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관세 불확실… 실익 제한적"

세부내용에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는 "협상기간 우리 기업이 관세 등으로 치른 비용을 고려하면 결과물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연 200억달러 상한을 둔 건 다행이지만, 필수요건으로 꼽힌 통화스와프를 관철시키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라며 "200억달러는 한국은행이 밝힌 외환여력의 최대치인 만큼 시장 여파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투자이익 환수에서 원금은 5대5, 이후 이익은 9대1로 배분하는 일본식 방식을 채택한 건 실익을 크게 빼앗긴 셈"이라며 "농산물 방어에 집중하다 통상 실익을 놓친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정치·외교적으로 의미는 크지만, 향후 세부 조율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품목별 관세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구 교수는 "반도체 관세가 명확하지 않다.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며 "향후 품목별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원하는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SNS에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공식 서명까지 남은 기간, 품목별 관세 세부조율이 협상의 진짜 승부처로 꼽힌다.


한편 전문가들은 다자협력 중요성에 대해 일제히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 리스크를 완충하려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일본이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을 끌어들인다면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할 새로운 다자체계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 선임연구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협상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은 양자구도에 취약한 만큼, 다자체계를 통한 대응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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