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5분 회의’ 참석자들, 11개월 만에 법정서 마주한다
파이낸셜뉴스
2025.11.03 14:54
수정 : 2025.11.03 14:54기사원문
尹·김용현·송미령·추경호 등 다음 주 증인 소환
이상민·최상목·박상우 등은 5일 법정서 진술할 듯
[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 청사 내 대접견실에서 5분여간 회동했던 인사 여러 명이 한 법정에서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계엄 이후 이들이 공개적으로 모이는 것은 11개월 여 만에 사실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 등 혐의 사건 5차 공판에서 "다음 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4명을 소환해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다음 기일인 오는 5일에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법정에 세운다.
추 전 원내대표를 제외한 증인들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대통령실 접견실에 모인 12명 중 일부 국무위원이다. 특검팀 등에 따르면 당시 회의는 계엄 선포를 위한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5분여 동안 진행됐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사전에 계엄 계획을 인지하지 못한 채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의 지난 재판 기일에서는 한 전 총리와 이상민 전 장관 등이 포고령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장면이 CCTV 영상에 포착됐다. 한 전 총리가 문건을 검토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따라서 재판부는 사실상 '목격자'인 이들 국무위원을 상대로 회의에 참석하게 된 계기와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다뤄졌는지 등을 물어볼 것으로 보인다. 또 한 전 총리의 역할과 발언, CCTV영상에 녹화된 장면에서 실제 나눈 대화 내용 등도 질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들이 "계엄을 몰랐고, 반대했다"는 한 전 총리의 주장을 뒤집는 진술할 경우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단순 방조한 것이 아니라, 내란 범죄의 ‘정범’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우세해진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에게 적용될 양형 기준은 더욱 무거워진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범은 ‘필요적 감경’을 받아 형량이 대폭 줄어들지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 가능하다.
다만 한 전 총리 측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는 적극적이고 능동적 행위를 전제로 하며, 급작스럽고 황망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계엄을 막기 위해 짧은 시간이나마 노력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계엄 직전 회의 참석자가 아닌,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과 4일 사이 한 전 총리와 약 7분간 통화한 내용에 대해 재판부가 물어볼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전 총리는 당시 추 전 원내대표에게 “국무위원들이 반대했으나 윤 대통령이 강행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항변하고 있다. 사실로 인정되면 오히려 추 전 원내대표 입장에선 이런 불법 상황을 듣고도 국민의힘 의원 70여명을 국회 본회의가 아닌 당사로 소집하면서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을 방해한 셈이 된다.
다만 이들 전·현직 국무위원과 추 전 원내대표가 재판부의 증인 소환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3특검 조사와 여러 건의 재판 가운데 일부만 선택적으로 출석하고 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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