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株 단기 조정이냐, 거품 붕괴냐... '빅쇼트'버리의 귀환에 세계증시 공포
파이낸셜뉴스
2025.11.05 18:27
수정 : 2025.11.05 18:26기사원문
글로벌 증시
팔란티어·엔비디아 주가 폭락
'기술주 쇼크'에 나스닥 2% 급락
닛케이·항셍·자취안도 동반 약세
뉴욕 나스닥지수는 2% 넘게 추락했고 일본 닛케이는 장중 5%, 코스피는 6% 가까이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버리가 옳을 수 있다"며 패닉에 빠졌다.
■뉴욕 덮친'AI 쇼크', 공포지수도 폭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0.66% 급등한 19.00까지 치솟았다. AI 대표주에 대한 차익실현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급격히 확산되며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가 쏠렸다.
AI 대표주 팔란티어는 7.94% 폭락한 190.74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발표한 호실적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실적을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엔비디아 역시 3.96% 급락,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조달러에서 4조8380억달러로 줄었다. 전일 사상 처음 5조달러를 돌파했지만 하루 만에 무너진 것이다.
테슬라는 1조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둘러싼 주주 반대 이슈로 5.15% 급락했다. 알파벳(-2.13%), 아마존(-1.84%), 마이크로소프트(-0.52%) 등 주요 기술주가 모두 약세였다. 반면 AI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은 0.37% 상승하며 유일하게 선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평가된 기술주가 금리 하락 지연 우려와 맞물리면서 심리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빅쇼트' 버리, AI 버블에 베팅
이번 급락의 방아쇠는 마이클 버리였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해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그는 이날 자산운용사 사이언자산운용 공시를 통해 엔비디아 100만주, 팔란티어 500만주 규모의 풋옵션(매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풋옵션은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로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이 커진다. 버리가 AI 핵심주 하락에 베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그의 등장은 2008년 금융위기의 '예언자'가 다시 돌아온 듯한 공포를 자극했다.
AI 주식의 고평가 논란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월가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0배, 팔란티어는 214배에 달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홍콩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기술주는 향후 12~24개월 내 10~20%의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거시경제 악재가 아닌 자연스러운 10~15% 조정은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버리의 공매도 공시가 이런 경고와 맞물리며 투자심리를 급랭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AI 붐은 실제 수요보다 기대가 앞서 있다"며 "단기조정이 아니면 거품 해소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아시아로 번진 충격파
미국발 충격은 곧바로 아시아 증시로 번졌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5만선을 돌파했던 일본 도쿄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4% 이상 급락, 4만9000 초반까지 밀렸다가 장 마감 직전 간신히 5만선을 회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기술주의 급락이 이어진 가운데 단기급등에 따른 되돌림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10% 폭락했고,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도 6%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 자취안지수도 각각 1% 안팎의 약세를 나타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3% 오른 보합세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이 단기조정인지, AI 버블 붕괴의 신호탄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AI 관련기업들이 실제로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이번 조정이 단기반등이 아닌 장기하락 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적지 않다. 미국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추가 조정 가능성도 우려된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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