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경쟁력 키우고 싶다면 영미법 도입한 두바이 보라"
파이낸셜뉴스
2025.11.06 18:06
수정 : 2025.11.06 18:12기사원문
마일스 셀릭 영국 더시티유케이 최고경영책임자
항만·물류 등 인프라 풍부한 부산
규제 정비하면 성장 가능성 충분
글로벌 투자자 유치 확대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IFC의 법 체계
기존에 도입한 대륙법 유지하되
민사에만 영미법 쓰는 것도 방법
부산국제금융센터 행정청 설립
감독기능 독립·전문성도 키워야
"
영국 더시티유케이(TheCityUK) 마일스 셀릭 최고경영책임자는 6일 부산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부산이 국제금융중심지로 성장할 결정적 시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부산이 경쟁력을 지닌 국제금융도시로 나아가려면.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수도이자 동북아 교역 관문으로 서울과는 다른 강점을 지닌다. 세계적 수준의 항만·물류 인프라, 조선·해양서비스 산업과의 근접성, 디지털금융 전략의 확대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과 금융기회발전특구 지정,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의 상승세는 부산이 법·규제 기반을 적절히 정비한다면이를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하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숙련된 인재와 전문성이 뒷받침된 금융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깊이와 유동성이 갖춰진 자본시장은 지속가능한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고, 한국 기업이 정교한 금융기법을 활용하도록 돕는 동시에 제조업을 넘어 새로운 성장 경로를 연다.
그러나 IFC의 성공이 단순히 경쟁력 있는 세제에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IFC 조성 사례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자본은 신뢰를 따르고 신뢰는 법·제도에서 비롯된다. 가장 성공적인 IFC들은 예측 가능성, 집행력, 신속성을 갖추고 있다. 영미법 체계는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판례 기반이며, 변화에 유연하다. 이런 요건은 기존 국가의 법체계를 포기하지 않고도 충족할 수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영미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세계적 수준의 IFC는 예측 가능한 법체계, 투명한 세제, 글로벌 인재 유치를 기반으로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 명확성이며, 영미법 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신뢰받고 있고, 실제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한국이 기존 대륙법 체계를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BIFC에 영미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찾아 글로벌 투자자에게 효율적이고 신뢰할 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존 국가 법체계를 통째로 바꾸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실질적인 해법은 카브아웃(carve-out) 모델이다. 민사·상사 분야에 한정해 영미법 원칙을 적용하는 별도 법역(法域)을 두고, 형사·헌법·공법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성공적인 IFC는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법체계와 국가 수준의 감독 체계를 함께 갖춘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와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센터는 민법과 이슬람법(샤리아법)이 공존하는 국가 내에서 영미법 기반의 독립적 거버넌스를 구현했다. 자체 법원과 규제기관을 갖추고, 본토 당국과의 공식 협력체계를 유지한다. 부산 역시 ADGM처럼 영미법을 직접 적용하거나 DIFC처럼 영미법을 성문화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영미법의 직접 적용은 국제적 일관성과 최신 법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영미법의 성문화는 지역 여건에 맞춘 설계가 가능하다.
―BIFC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과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담 감독기관 가칭 '부산국제금융센터 행정청(Busan IFC Authority)'을 설립해 자체 법·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인·허가와 감독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영미법 기반의 독립적 금융·상사법원과 중재· 분쟁해결센터도 필요하다. IFC의 업무 공용어로 영어를 채택하고, 한국어 번역을 병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핀테크 기업을 위한 원스톱 지원체계나 규제 샌드박스 등 제도적 장치 역시 부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BIFC의 발전은 단순한 경제성장 전략이 아니라 제도적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명확한 전략 아래 단계적이고 투명한 접근이 중요하다. 핵심 제도부터 정비하고, 시범사업으로 검증한 뒤 규제 샌드박스로 보완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인도의 GIFT 시티, 최근 베트남 금융중심지 개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통합 거버넌스로 정비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시범~확장~통합' 방식의 부산 모델을 추진할 수 있다.
결국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위해선 신뢰받는 법·규제 환경, 독립적 감독기관, 영미법 기반의 법체계, 독립적 금융·상사법원과 중재기구, 단계적 실행계획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부산의 현실에 맞는 실용적 해법이며, 동시에 한국 경제 전반의 고도화를 이끄는 길이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