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학대당하지 않는 사회

파이낸셜뉴스       2025.11.06 18:24   수정 : 2025.11.06 18:24기사원문

지난해 아동학대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을 만난 적이 있다. 피해 아동은 부모의 학대로 4년간 보호시설에서 지내다가 모친의 반성으로 약 3개월 전에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두 사람은 겉보기에 평범한 모녀처럼 보였다.

서로의 옷차림을 두고 장난을 주고받으며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딸이 혼자 인터뷰할 때는 달랐다. 딸의 상처가 아물기에 3개월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홀로 남은 딸의 얼굴엔 금세 그늘이 드리웠다. 딸은 아주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양아버지가 때릴 때 엄마가 가만히 있던 게 아직도 화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는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남긴다. 2020년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된 영유아가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사회적 경각심은 커졌지만, 미신고가 많아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만 5만242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방임'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해자가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 피해자를 극단적으로 방치하는 행태다. 방임은 행위의 기준이 모호해 처벌이 쉽지 않다. 신체 학대에 비해 민감도가 낮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부모가 자녀를 수일간 굶기고도 "때린 적이 없다"며 학대를 부정하는 사례가 다수다.

극심한 아동학대는 사망 사건으로 이어진다. 국내에선 매년 40명 넘는 아동이 학대로 숨지는데,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도 통상 10명이 넘는다. 부모가 무책임하게 세상을 떠나면 사건의 실체는 규명할 수 없게 된다. 제도 개선점을 도출해 유사 사건을 막을 기회도 잃는 셈이다.

아동 관련 기관들은 국가 차원의 사망분석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석기구를 통해 유의미한 증거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취지다. 아동학대 사망분석기구 설치는 현 정부가 출범하며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소 약화되면서 법안 통과는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우리 사회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아동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이 한 아이의 인생을 구할지 모른다. 아동학대는 멀리 있지 않다. 등잔 밑은 늘 어둡다.

banaffl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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