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레인 고속도로' 뻥 뚫어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2025.11.10 18:55
수정 : 2025.11.10 18:54기사원문
학생들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입시지옥을 없애서 인재 흐름이 원활한 '빅브레인 고속도로'도 뻥 뚫어야 한다.
빅데이터 고속도로에서 병목현상을 제거하는 장치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이다. 만약 예전의 메모리(RAM)와 중앙처리장치(CPU)를 차가 한 대씩 줄지어 다니는 지방도로와 통행을 차단기로 처리하는 구식 톨게이트라고 한다면, 현재 HBM과 GPU는 고가도로까지 층층이 쌓아 올린 다차선·다차원 고속도로와 감속 없이 내달리는 신식 하이패스 톨게이트인 셈이다. 챗GPT, 제미나이 등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은 많아도 모두가 병목현상을 제거하는 하드웨어인 GPU와 HBM 확보에 목을 맨다. 그래서 GPU를 만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모든 AI 개발사를 넘어서고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
그러나 우수한 빅브레인 인재를 '입시'라는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차단기 톨게이트가 질식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입시를 '지옥'이라고 부르고, 학부모는 '등골이 휜다'고 말하며, 교사는 '학종의 노예'라 자처한다. 매년 입시개혁을 외쳐도 꼼짝하지 않는 이 구시대 제도는 더 이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기를 앗아 가는 사(死)교육이다. 현재의 입시제도가 지속되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
객관적 시험 점수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인식은 착각이다. 이미 국제고나 조기유학 등 우회하는 '꽃길'과 '샛길'이 존재하고, 부모의 경제력이 한몫한다. 공정하다고 치더라도 이미 최고급 문제풀이 기계(AI)가 등장했는데 학생을 하급 문제풀이 기계로 전락시키는 수능시험을 존치할 의미가 없다. 그 점수로 인간을 평가하는 건 촌극이다.
한국이 AI 3대 강국이 되려면 입시라는 병목현상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제도를 대폭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폭파해 버려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인재들이 쌩쌩 달릴 수 있도록 빅브레인 고속도로를 깔아야 한다. 초중고에 자율권을 넘겨주어 획일적 스펙이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와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게 해야 한다. 비전통 교육기관에도 정식 학위를 허락하여 대학이 지닌 학위독점 체제를 타파해야 한다.
빅브레인 고속도로는 애물단지 톨게이트를 제거하려는 결단만 있다면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야 딥러닝을 넘어 메타러닝 시대를 열고, 빅데이터 고속도로 건설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고, AI 3대 강국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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