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팔렸다고?... '토허제'가 만든 서글픈 꼼수
파이낸셜뉴스
2025.11.12 06:00
수정 : 2025.11.12 09:49기사원문
'실거주 명목'으로 세입자 내보내고 단기 내 매도
현금 많은 집주인은 갱신권 방어 가능?
A씨는 "집주인이 집을 급히 팔 생각이 있다고 했었고, 집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매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실거주를 한다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소유주들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며 세입자를 퇴거시킨 후 수 개월 내 집을 매도하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있는 아파트는 매매 자체가 불가능 하다 보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일단 계약 갱신을 거절한 후 곧바로 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법무법인 하신 김지원 대표변호사는 "주임법 제6조의3 제5항이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는 규정을 곧바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며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 규정에 따라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법원 실무 경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지만, 사후적인 구제책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집주인이 한 두 달 거주한 후 집을 팔아버리면 실거주 계획을 허위로 내세웠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만, 법적 보호가 미비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구체적인 실거주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집주인 의사의 진위여부 판단에 어려움이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처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일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더욱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는 현금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 집주인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집을 매도한 자금으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기에 임대차법의 세입자 거주 보장 기간인 '4년' 후 매도를 계획하지만, 전세금으로 가용할 자금이 충분한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준 후 단기 실거주가 가능하다. 또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70~80%가 아닌 50% 수준인 만큼, 예비 매수인에게 중도금을 50% 가량 받아 전세금을 돌려줄 수도 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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