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낸드 시장도 훈풍…삼성·SK 차세대 낸드 경쟁도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2025.11.11 16:28
수정 : 2025.11.11 16:23기사원문
■샌디스크 낸드 가격 50% 인상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샌디스크는 이달부터 낸드 제품 계약 가격을 최대 50% 가량 인상했다. AI 데이터센터의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등이 급증하면서 낸드 공급이 타이트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하나의 SSD에는 여러 개의 낸드 칩이 탑재되는 만큼, 서버 수요 확대가 곧 낸드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낸드 제조사들도 일정 수준의 가격 조정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낸드 현물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SSD·모바일용으로 두루 사용되는 512Gb 트리플레벨셀(TLC) 낸드 칩의 이주 현물가는 5.51달러로, 전주 대비 14.21% 상승했다. 현물가격은 유통 시장에서 즉시 거래되는 가격으로, 해당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한 주 사이에 제품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급 과잉 우려로 한때 잠잠했던 낸드 제품이 최근 급격한 수요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는 AI 모델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생성형 AI에서 나아가 추론용 AI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대용량 데이터 저장과 처리를 위한 낸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 확산으로 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낸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요 D램 제품 가격을 넘볼 정도로 낸드 단가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HBF 등 차세대 낸드 경쟁 본격화
낸드 시장 호황은 내년은 물론, 그 이후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드 게클러 샌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고객들이 오는 2027년 공급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급 부족이 2026년을 넘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D램과 낸드 물량이 이미 완판됐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양사는 고용량·고대역폭 낸드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재정비해, AI 수요에 대비하고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메모리 용량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고성능화된 신제품 개발 및 출시에도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자체 고대역폭 낸드플래시(HBF) 제품 개발을 위한 개념 설계 등 초기 단계에 착수했다. 과거 유사한 기술 및 제품을 연구개발한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플래시 수요 증가에 맞춰 신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중국 시안 공장의 176단 7세대(V7) 낸드 공정을 286단 9세대(V9) 공정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진행된 '2025 OCP 글로벌 서밋' 행사에 참가해 'AIN(AI-낸드) 패밀리'라는 차세대 낸드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샌디스크와 HBF 표준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고성능 연산만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저장 및 처리하느냐가 중요해진다"며 "HBF처럼 대역폭을 확장한 차세대 낸드는 향후 HBM을 보완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그 이상의 성능·가치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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