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SCM 공동성명 "주한미군의 전력·태세 유지‥ '현재의' 수준 유지는 제외"

파이낸셜뉴스       2025.11.14 21:13   수정 : 2025.11.15 00:19기사원문
전작권 전환…내년에 2단계 검증 종료, 최종단계 진입
韓국방비 GDP 3.5%로 증액…대북 압박 수위 낮아져



[파이낸셜뉴스] 한미가 14일 발표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한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 충족을 위한 3단계 검증 절차 중 2단계를 내년 중 완료하기로 했다.

다만 거의 매년 SCM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주한미군의 현재의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이 제외돼 주한미군 감축 혹은 역할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미는 지난 4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CM을 개최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결과 문서인 '조인트 팩트시트(JFS, 공동설명자료)' 발표를 기다려 SCM 공동성명은 열흘 뒤인 이날 공개했다.

SCM은 주요 군사정책을 협의·조정하는 한미 국방 분야 최고위급 기구로, 매년 서울과 워싱턴DC를 오가며 열리는 연례 협의체다.

성명에서는 "주한미군이 지난 70년 이상 한반도에서 수행해 온 핵심적 역할에 주목하고,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을 방지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동맹의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력 및 태세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제40차 SCM 공동성명에 처음 명시된 이후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SCM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현재의(Current)'라는 표현은 빠져있다. 즉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이 제외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새로 수립 중인 국방전략(NDS)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혹은 전략적 유연성이 고려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선 미 국방수권법에 나온대로 현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미가 거치기로 한 3단계의 평가·검증 절차 중 '평가'가 끝난 2단계의 '검증'을 내년에 추진하기로 문서화하면서, 정부 목표대로 이재명 정부 임기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성명에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2026년에 미래연합군사령부 본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전작권은 한반도에 전쟁 혹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한미 연합전력을 총괄 지휘·통제하는 권한이다.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는 한국군 대장이 맡는 '미래연합사령부' 체제로 재편된다.

한미는 지난 2006년부터 전작권 전환 논의를 시작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평가와 검증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IOC 평가와 검증은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FOC 평가는 2022년에 마무리했다.

내년에 FOC 검증을 진행하고 완료한다면, 한미는 전작권 전환년도를 수립하며, 전환년도 1년 전에 3단계인 FMC를 검증한다. 3단계는 '정성적' 평가 위주로 알려져 양국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조기 진행이나 미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시점'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상황적 조건으로 한미는 △연합 방위를 주도할 한국의 군사적 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 환경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 일각에선 기존에 미군이 제공해 온 C4ISR(지휘·통신·정보·감시·정찰), 장거리 타격, 실시간 표적 식별 등 핵심 능력을 한국군이 단기간에 갖추는 데 최소 수십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군 단독으로 확보해야 할 기본 능력이 있고, 미국이 제공하는 지속 능력 역시 한미 협의를 통해 단기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더 중요한 건 미래에도 전·평시 작전통제권을 유지하려면 한국군 사령관이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과 한미 연합태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평시부터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는 향후 3단계 평가와 검증을 할 것"이라며 "전환연도 확정은 양국 장관 건의와 대통령 결정이라는 절차대로 하고, 모든 것을 봤을 때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에는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대북 경고 메시지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표현이 이번에는 빠졌다.

이는 이재명 정부들어 대북 유화 기조와 트럼프 대통령이 희망하는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대북 압박 표현의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와 관련 안 장관은 "미측은 확장억제 제공을 포함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공약이 변함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면서 "한미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전력 및 태세 수준을 지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수행 중인 군수지원함 MRO 협력에 더해 전투함정과 항공기 분야로 협력을 넓히고, 한미 정상 간 합의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관련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나아가 함정 건조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도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이번 팩트시트는 한미동맹이 전통적 군사협력을 넘어 조선, 원자력, 인공지능(AI), 방산 기술 등 핵심 전략 산업을 동맹 구조 안에 포괄하며 기술·산업·해양안보가 결합된 포괄적 안보체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다고 짚었다.

특히 미국의 한국 원자력추진잠수함(SSN) 건조 승인과 핵연료 협력 명시는 양국이 고도의 전략 기술 협력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인도-태평양에서의 연합 해양전력 강화로 직접 연결돼 한미동맹이 복합적 안보 체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유 연구원은 미국은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재확인하고, 한국은 국방비 3.5% 조기 달성과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 확대를 약속하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전력 구축을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대규모 조선 및 전략산업 투자가 미국 조선업 현대화와 연계되면서, 양국의 경제안보·방산·해양산업 협력이 통합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한미동맹이 군사 억제를 넘어 해양안보·전략산업·지역안보가 상호 연동된 종합적 동맹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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