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메이크업’ PD “뷰티 문외한에 모델 섭외 화들짝...깊이에 놀랐죠”

파이낸셜뉴스       2025.11.19 16:29   수정 : 2025.11.20 09:06기사원문
300여명 협업..."모델 섭외로 인원 증가 미처 예상 못해"



[파이낸셜뉴스] “뷰티를 잘 몰랐다가 새로운 세계의 깊이에 놀랐죠.”

K뷰티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이 ‘파리금손’을 우승자로 배출하고 화제 속에 여정을 마쳤다. '흑백요리사 뷰티 버전'으로 주목받은 이 프로그램은 첫 시즌임에도 글로벌 화제성을 입증하며 후속 제작 가능성까지 열었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심우진 PD와 박성환 PD는 “K뷰티의 세계가 가진 깊이와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한 시간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은 평소 선크림조차 바르지 않을 정도로 화장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남성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총 30명의 작가와 PD들이 참여했는데 우리 둘만 남자였다"고 부연했다.

“뷰티를 잘 몰랐지만… 이 세계의 깊이에 놀랐죠”


뷰티 문외한인데 어떻게 메이크업에 주목하게 된 걸까? 심 PD는 직업의 특성상 새로운 소재를 찾다가 “한 여자 후배가 회사에서 밤새우고 다음날 풀 메이크업을 하고 온 것 보고” 깜짝 놀라면서 이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쳇말로, 결혼식 할 때나 뷰티 숍에 가는 줄 알았는데, 후배 말이 “청담동 숍에 ‘기분전환’하러 갔다는 것”이었다. 그는 “‘메이크업이 단순한 꾸밈이 아닌 하나의 세계구나’라고 느꼈다. 뷰티업계를 파다 보니 아티스트 층이 굉장히 두텁다는 걸 알게 됐고,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더 많이 볼 수 있을지 고민하다 ‘서바이벌’ 포맷을 떠올렸다”고 기획 배경을 떠올렸다.

박PD 역시 “메이크업을 예쁘게 만드는 기술 정도로 생각했지만, 작업 과정이 예술 창작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프로그램의 확장성을 실감했다”고 부연했다.

“가장 힘든 건 ‘사람’… 모델 섭외 예상 못했다”


‘저스트 메이크업’은 초대형 공간에 메이크업 화장대 60대가 일렬로 도열해 압도적 광경을 선사했다. “60명의 아티스트가 동시에 각자의 색깔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였는데, 심사위원 정샘물이 “이렇게 규모 있게 펼쳐진 현장은 처음이었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기획부터 방송까지 꼬박 1년 걸린 이 프로그램은 정샘물 심사위원에게 가장 먼저 연락하면서 첫 발걸음을 뗐다. 전체 스태프가 300명에 달했고, 새벽에 촬영을 시작해 다음날 해 뜰 때까지 녹화를 하는 강행군이 펼쳐졌다.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을까?

심 PD는 뜻밖에도 “사람”을 꼽았다. "메이크업의 특성상 모든 미션에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경합하는 사람이 60명이면 모델까지 포함해 120명이 됐다. 늘 두 배씩 늘어나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참가자들과 시청자의 예상을 뒤집고 감탄을 자아냈던, 쌍둥이 모델을 구하는 과정이 특히 녹록지 않았다.

그는 “1대 1 미션에서 동일 모델로 화장을 하면 결과물을 사진으로 밖에 보여줄 수 없어서 쌍둥이를 떠올렸다”며 “쌍둥이라도 해도 얼굴이 비슷한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15쌍을 섭외하는 건 정말 힘들었다. 작가들이 주변 지인을 총동원하고, SNS를 샅샅이 뒤져 어렵게 구했다”고 제작진의 노고를 언급했다.









이때 심사도 블라인드로 진행해 재미를 더했다. 박 PD는 “쌍둥이 모델에 더해 메이크업 결과를 블라인드로 비교하는 극한의 미션을 구성해 보고 싶었다”고 경연 규칙 관련 의도를 설명했다.

파이널 미션 ‘노(老)배우’ 섭외..“오 돌체비타 ‘엄마’ 등장에 모두 울었다”


마지막 파이널 미션의 주제를 두고는 고민이 깊었다. 이미 젊고 개성 있는 모델들은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박 PD는 “세월이 남긴 흔적을 가진 얼굴을 아티스트가 어떻게 재해석할지가 중요했다”며 “아티스트의 기술과 감각으로 노 배우들을 ‘표지 모델’처럼 탄생시키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 PD는 파이널 미션의 큰 주제가 ‘드림스(Dreams)’였다고 설명하며 “50년 넘게 연기한 배우도 새로운 역할에 대한 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 꿈을 메이크업으로 풀어내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이 될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저스트 메이크업’은 파리 금손의 창의성을 한눈에 보여준 붉은 말 작품부터 '손테일'의 디테일과 집념이 놀라웠던 고상우 작가 ‘카마데누’ 미션, 그리고 차인표 작가 소설 ‘인어 사냥’ 속 어미 인어를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새롭게 해석한 '오 돌체비타'의 대담함까지 각 아티스트들의 기술과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미션으로 볼거리와 화젯거리를 만들어냈다.

일련의 과정에서 제작진이 가장 놀란 순간은 언제였을까? 두 PD는 "오 돌체비타의 어머니 등장 신"을 꼽았다.

박 PD는 “오 돌체비타가 ‘엄마를 데려와도 되냐’고 해서 허락했는데, 현장에 도착한 순간 모두의 감정이 폭발했다”며 “우리 둘 빼고 다 울었다. 메이크업이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라고 말했다.

“공개 전엔 걱정 컸지만… 진심이 만든 결과”


두 PD는 방송 초반만 해도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심 PD는 “1라운드 촬영 전까지는 ‘과연 될까’라는 걱정이 있었다”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아티스트들이 너무 진심이었고, 보여주는 것이 새롭고 즐거워서 ‘해볼 만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편집을 하면서도 갈수록 드러나는 장면들이 많아져 점점 안정됐다”고 말했다.

박 PD 역시 “공개 직전에는 굉장히 긴장했다.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프로그램이라 부담이 컸다”며 “첫 방송이 나간 뒤 호평이 이어지면서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쿠팡플레이와의 협업도 시너지가 났다. 박 PD는 “쿠팡 내부에서 ‘메이크업 예능’이라는 점에 흥미를 보였다”며 “공개 시기 등 여러가지가 잘 맞았다. 플랫폼 주요 이용층인 40대 이상 시청자들도 새로운 시청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저스트 메이크업’ 공개 후 쿠팡 매출이 늘었다는 반응이 있냐는 물음에 박 PD는 정확하게 잘 모른다면서도 “뉴욕 마스터가 자신이 즐겨 쓰는 ‘미스트’를 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방송 이후 실제로 쿠팡 내 매출이 증가했다고 전해들었다”며 귀띔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의 존재감 더 각인되길"
시즌2 제작이 현실화될 경우 보완하고 싶은 지점이 있을까?

박 PD는 “대중성과 접근성을 좀 더 강화하고 싶다”며 “시청자들이 ‘왜 김기수는 안 나왔냐’고 묻기도 했는데, 다음 시즌이 있다면 참가자 범위를 좀 더 열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수는 연예인 출신 메이크업 크리에이터다. 또 “방송에서 반응이 가장 좋은 건 내추럴 메이크업이었다”며 “퓨처리즘, 붉은 말 콘셉트 같은 과감한 미학도 좋지만,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메이크업 미션도 더 보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뷰티 산업 종사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어떤 의미를 갖길 바랐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박 PD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예술직이면서 동시에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특수한 직군”이라며 “그 양면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심 PD는 정샘물·이효리의 일화를 들려주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전부터 정샘물은 이 분야를 개척해온 인물”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 직업의 존재감이 더 각인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두 사람도 ‘메이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심 PD는 “예전엔 화장을 잘했다·못했다의 문제로만 봤다면, 지금은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 있구나’라는 관점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박 PD는 프로그램 엔딩에 넣은 문구를 언급하며 “메이크업 하나로 그날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 특히 와닿았다”며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하면 끝나는 것처럼, 인생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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