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UAE 원전 협력 합의, 국내 정책도 적극적으로
파이낸셜뉴스
2025.11.19 18:03
수정 : 2025.11.19 18:03기사원문
‘바라카 모델’ 3국 수출시 공조키로
신규 원전건설 등 정책기조 밝혀야
중동과 아프리카 주요국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향후 글로벌 원전시장에 양국이 공동 진출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이 UAE에 건립한 바라카 원전 모델을 제3국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협력한다는 것이다.
석유부국인 UAE는 2009년 석유만으로는 미래 에너지 수요를 모두 충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한국형 원전을 도입했다.
이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UAE는 한국이 중동과 아프리카 원전 사업에 진출할 때 실질적인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약으로 유럽과 북미 지역 진출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제3국 시장 확대는 한국에 더욱 절실하다. 양국이 차세대 전력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원전 AI기술 분야에서 우선 협력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길 바란다.
다만 원전은 기술, 안전, 정책적 일관성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한 산업이다. 해외 수출에서 성과를 내려면 외국과의 공조뿐 아니라 국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국 내에서 원전 산업이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신뢰가 수출 경쟁력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과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원전 수출을 병행해 모순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일부 경쟁국은 한국이 장기적으로 원전 산업을 유지할 의지가 없다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다.
세계는 지금 원전을 통한 에너지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자로 10기 건설계획을 밝혔고, 영국도 2030년까지 SMR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사고 이후 폐쇄했던 원전 33기 중 12기의 가동을 재개했다. 이런 흐름과 비교하면 한국의 원전에 대한 정책적 기조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대형 원전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올해 안에 부지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주무장관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은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제시했지만 최근에는 신규 원전 건설 결정을 사실상 보류하고 있다.
한국은 'AI 3강'을 목표로 하지만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만도 신형 대형 원전의 절반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원전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주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원전을 제외한 채 AI 3강을 논하는 것은 연료 없이 난로를 때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원전 산업계의 지적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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