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간 한강 투신자 구조 현장출동 "무언가 보이면 신고부터 해주세요"
파이낸셜뉴스
2025.11.19 18:16
수정 : 2025.11.19 18:16기사원문
문준석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경사
가장 많이 들은 말 '살려주세요'
망설이다 골든타임 놓칠 수 있어
잘못 본 것이라면 그 또한 다행
'빠른 신고'만이 생명 구하는 길
"한 명의 생명을 구하고,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도 마지막을 책임지고 가족에게 돌려보낸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그 역할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19일 문준석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경사는 "감사나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일하는 게 아니고, 사람을 살리는 것만으로 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강경찰대는 투신자 구조와 변사자 인양, 위법 단속, 각종 행사 경비·VIP 경호까지 한강 위 질서 유지를 전담한다. 구조 인력은 4개 팀(팀 당 12명)으로 구성돼 강서부터 강동을 4개 구역으로 나눠, 3인 1조로 4교대 근무를 선다. 수영과 인명 구조 자격증, 가라앉은 사람들을 찾기 위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과 배를 운전하기 위한 조종면허도 필수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한강 특성 상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물때'를 파악해 수색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한강경찰대는 한 달에 3번 정기훈련(수영장·주간·야간)을 한다. △구조 △잠수 △배 운전 △단속 등 테마를 정해 반복 숙달하고, 신고가 없을 때는 거의 매일 짧은 자체 훈련을 해야 한다. 문 경사는 "지난 출동 때 위험하거나 미흡했다고 느낀 부분이 있으면 다음에 그 주제로 보강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인 문 경사에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은 장면이 있다. 양화대교 야간 투신 사건이다. 당시 전속력을 내던 순찰정에 몸을 싣고 수색을 이어가던 문 경사의 눈에 가라앉아 수면 위로 떠오른 손바닥 하나가 보였다. 도착 전에 사람이 가라앉는 상황은 여러 번 겪었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물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본 건 처음이었다. 문 경사는 "팀장님은 제 잘못이 아니라고 계속 다독여주셨지만 '조금만 더 빨리 봤다면' 하는 생각이 한동안 계속됐다"며 "그 뒤로는 출동 나가기 전 수색 동선·물 흐름을 머릿속으로 더 치열하게 시뮬레이션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문 경사가 6년 간 50명가량을 구조하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살려주세요'다. 그는 "죽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지만 속마음으로는 살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을 뿐 아예 죽고 싶은 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긴박한 만큼 구조 후 감사 인사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는 "누구한테 칭찬받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그냥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문 경사가 기억하는 재회도 있다. 새벽에 '자살하겠다'며 한강에 뛰어들어 한 번 구조했던 고등학생이 다시 한강으로 온 경우다. 문 경사는 "학생을 부모님께 돌려보낸 후 얼마 안 돼서 제 근무 날 다시 한강에 왔는데, 우울증이 있는 친구였다"며 "구조가 능사는 아니고, 이후 마음 치유와 사회적인 케어가 더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문 경사가 마지막으로 강하게 부탁한 건 '빠른 신고'다. 다리 난간에 매달린 것 같은 사람을 보고도 '내가 본 게 맞나,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10~20분 뒤에 연락을 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문 경사는 "잘못 본 거라면 다행인 것이고,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신고 덕분에 더 큰 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며 "정확히 봤을 때만 신고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마시고 빨리 신고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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