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케묵은 금산분리 족쇄, 첨단산업 앞길 막는다
파이낸셜뉴스
2025.11.20 18:45
수정 : 2025.11.20 18:45기사원문
대한상의, 자금조달 제도 마련 요청
具 부총리 "근본 훼손 않는 선에서"
금산분리란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금융기관 지분을 일정 기준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재벌들의 금융업 진출이 급격히 늘어나자 이를 규제하기 위해 1982년 은행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기업이 금융사를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고, 산업자본 부실이 금융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 회장이 "국제무대에서 게임의 룰과 상식이 모두 바뀌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조 단위 달러를 투자하는 것도 기업 단독 자금이 아니라 펀드를 구성하고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취지다. 구 부총리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엄중한 환경 속에서 규제를 무조건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선(善)은 아니다"라고 했다.
시대 상황이 바뀌었다면 제도도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현대 산업은 신속하고 원활한 파이낸싱에 성패가 달려 있다.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금산분리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마땅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를 만난 자리에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다만 최 회장은 20일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것이지 금산분리 완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할 새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말이지 금산분리를 풀어달라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산분리가 재벌 집중과 대형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병기 위원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투자회사 설립이 아니라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재벌이 금융자본까지 거머쥐게 할 수 없다는 것으로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현실을 도외시하고 꽉 막힌 듯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앞으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올 것이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서는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자금조달이다. 이 대통령까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여야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놓고 속히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국가경제 발전과는 무관한 비생산적 대결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는 때를 놓치고 만다. 대통령이나 국회나 기업을 돕는 데는 한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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