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추락한 원화실질가치… 환율 1500원 넘나

파이낸셜뉴스       2025.11.23 15:23   수정 : 2025.11.23 15:11기사원문
뉴질랜드 이어 하락폭 세계 2위
"과도한 해외투자 구조적 문제"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원화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한국 실질실효환율 하락 폭은 뉴질랜드에 이어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두 번째로 컸다.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주식에 과도하게 쏠린 해외투자의 구조적 문제와 수출업체들의 더딘 환전 수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은행과 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89.09(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1.44p 하락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3월 말(89.29)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외환위기를 통과한 지난 1998년 11월 말 당시(86.63)와 비교해도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기준 시점과 현재 시점 간의 상대적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간주한다. 국제 교역에서 원화 구매력, 즉 원화 실질 가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최저 68.1, 금융위기 당시 최저 78.7까지 각각 하락했다.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00선을 웃돌다가 이후 90 중반대를 맴돌았다.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95선 아래로 내려왔다가 12·3 계엄 사태를 계기로 90선까지 뚝 떨어졌고, 최근까지 비슷한 수준에서 횡보했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수치가 낮았다. 또 10월 한 달 간 실질실효환율 하락 폭(-1.44p)은 뉴질랜드(-1.54p)에 이어 64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한국만 보면 지난달 하락 폭은 지난 3월(-1.66p)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이달에도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큰 폭으로 약세인 만큼 실질실효환율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데다 미국주식 투자로 달러매수세가 몰리면서 원화 약세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통화 긴축 선호) 결정을 내릴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엔화 약세도 환율 상단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