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5년내 2000조..빗나간 국가재정전망 손본다

파이낸셜뉴스       2025.11.25 17:06   수정 : 2025.11.25 23:05기사원문
기재부, 중장기 재정전망 신뢰도 낮아
정권 때마다 재정적자 전망치 들쭉날쭉
5년마다 낸 전망에 핵심지표 배 이상 차이
복지성 의무지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인구감소·성장 약화로 재정적자 더 커져



[파이낸셜뉴스] 나라살림 적자가 한해 100조원씩 불어나는 심각한 재정난 속에 중장기 나라살림을 계획하는 정부 국가재정전망이 수술대에 오른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미래 재정상황 위험을 점검하는 재정운용계획에 이행계획과 이행실적을 포함시켜 구체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그간 기재부의 중장기 재정전망이 인구와 경제성장률, 정권 이념에 따라 들쭉날쭉하면서 적확성과 구체성이 결여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금 살포의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나랏빚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관리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2030년 이재명 정부 5년 내에 나랏빚은 2000조원,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빗나가는 중·장기 재정전망


25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재정전망 이행실적을 포함하고 5년 주기 장기재정전망을 수시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이르면 내달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통상 한 정부에서 한 번의 장기재정전망(40년치)을 한다. 이와 별개로 5년치(5회계연도) 중기 전망인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정 보완해 매년 9월 국회에 제출한다.

재정운용계획에 이행실적과 방안을 구체화할 것을 법에 명시하는 이유는 기존 전망치의 실효성과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의무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을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상에서 정확하게 예측하고 구체적으로 재정혁신 방안을 찾아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9월 기재부가 발표한 제2차 장기재정전망(2020~2060년)이 대표적이다. 5년이 지난 올 9월에 발표한 3차 장기재정전망(2025~2065년)과 국가채무비율 등 중요한 결과치가 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전망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이 커진 상태다. 당시 인구 감소와 성장률 하락 추세가 계속된다는 시나리오(2050~2060년 성장률 0.5%, 출산율 1.27명)로 추산했을 때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최대 81.1%였다. 그러나 5년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국가채무가 160%선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5년 새 출산율·성장률 모두 추락했고 전망치는 빗나갔다.

기재부는 "총지출이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만큼 증가한다고 가정해 산정한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성 의무지출이 급증해 나랏빚이 가파르게 불어나는 재정위기의 경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재부 관계자는 "40년 이상의 장기 시계에 맞춰 인구와 성장률, 재정지출을 전망하는 작업은 내용이 방대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눈덩이 의무지출에 빚더미 재정


기재부가 발표한 장기재정전망(2025~2065년)을 보면 저출생·저성장 추세가 악화·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국가채무비율은 2065년 최대 173.4%에 이른다. 이보다 앞서 2040년대 잠재성장률은 0%대로 추락한다.

아동수당과 농어촌 기본소득, 기초연금, 올해 70조원에 이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과 같이 정부가 손대기 어려운 의무지출은 GDP 대비 올해 13.7%에서 2065년 23.3%까지 치솟는다.

나랏빚만큼이나 8대 연금·보험의 재정위기도 심각하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의무지출은 연평균 8.4%씩 늘어 내년에 100조원에 근접하고, 2029년 118조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국채이자도 부담을 더한다. 내년 국채 이자만 36조원, 이재명 정부 5년 내 연간 50조원에 육박한다. 양주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국가 신용리스크, 이자와 총부채 증가의 악순환에 들어서기 전에 재정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한다해도 세계 최고 속도의 초고령화에 따른 노년부양비 급증, 생산연령인구(15~64세) 급감의 인구구조 변화에서 의무지출이 폭증할 것이고, 이런 추세로는 정부재정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업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경제 기초체력은 더 떨어진다.
국채를 발행해 현금을 뿌리는 선심성 정책은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재정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이강구 KDI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악화, 성장률 침체로 급증하는 의무지출을 통제하려면 법을 고치는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재정지표를 법률로 정하는 재정준칙을 포함해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4일 발표한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재정기준점을 포함한 신뢰가능한 중기재정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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