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반도체 독주에 균열…"메타, 구글 TPU 검토"
파이낸셜뉴스
2025.11.26 01:40
수정 : 2025.11.26 01: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25일(현지시간) 오전 장에서 5.5% 급락했다.
전날 온라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메타가 오는 2027년 가동에 들어갈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TPU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아울러 내년에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TPU 컴퓨팅 연산능력을 임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로 반도체를 주문해 납품받으려면 대개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메타가 엔비디아 GPU 대신 구글 TPU를 사용하기로 결정하면 주문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이뤄져야 한다.
CNBC에 따르면 구글은 2018년 TPU 1세대를 공개했다. 구글은 애초 이 반도체를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부문에서 내부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했다.
이후 구글은 더 개량된 버전들을 내놨다. AI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TPU는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멜리우스 리서치 애널리스트 벤 리치스가 24일 분석 노트에서 알파벳이 AI 경쟁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바로 TPU였다.
리치스는 알파벳이 제미나이 AI 모델과 TPU 반도체 성과에 힘입어 알파벳이 AI 경쟁에서 최종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PU는 H100 같은 엔비디아의 고급 GPU에 비해 가격이 낮다.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총비용, 시간당 훈련 비용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성비가 높고, 전력 효율성도 높다.
다만 엔비디아의 GPU는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지만 TPU는 특정 작업에 최적화돼 있다는 유연성 부족 문제에 시달린다. 높은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범용성을 포기했다는 말을 듣는다.
엔비디아 GPU는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 스택을 기반으로 딥러닝, 암호화폐 채굴, 과학 시뮬레이션, 복잡한 데이터 처리 등 광범위한 병렬 연산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TPU는 데이터베이스, 그래픽 렌더링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딥러닝의 핵심인 ‘신경망 연산’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TPU는 사람의 뇌처럼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해 최종 결과를 도출하도록 설계됐다.
메타가 TPU 채택을 결정하면 구글에는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반도체 시장에 균열을 내면서 구글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장악한 명실상부한 AI 최강자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단기간에 AI 반도체 시장 아성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범용 AI 반도체 시장에서 AMD가 치고 올라오고, 범용 AI 반도체 시장 자체는 브로드컴과 구글 등의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에 잠식당하면서 조금씩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다.
한편 메타는 AI 인프라에 거금을 투입하는 주요 빅테크 가운데 한 곳이다. 올해 AI 투자 규모만 700억~7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날 장 초반 낙폭이 7%를 웃돌기도 했지만 이후 매도세가 진정되면서 낙폭을 4% 초반으로 좁혔다.
알파벳은 0.5% 올랐고, 메타는 2%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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