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대기업 10곳 중 7곳, 高환율·관세에 자금압박"
파이낸셜뉴스
2025.11.26 11:00
수정 : 2025.11.26 11:00기사원문
매출액 1000대 수출 제조사 대상 '자금사정 인식 조사' 진행
자금 사정 지난해보다 악화된 기업이 호전된 기업보다 많아
환율상승, 관세 인상이 자금사정에 가장 큰 리스크 요인
[파이낸셜뉴스] 올해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 중 자금사정이 악화된 기업이 호전된 기업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고환율과 통상 불확실성 확대를 자금 사정의 가장 큰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금사정 인식 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자금사정이 지난해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27.0%로 호전(23.4%)됐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절반(49.6%) 가량은 올해 자금사정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자금사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원인으로 △매출 부진(40.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원재료비 등 제조원가 상승(23.3%), △금융기관 차입비용 증가(11.1%) 등을 지목했다.
현재 자금사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글로벌 리스크 요인은 △환율 상승(43.6%), △보호무역 확대 및 관세 인상(24.9%), △미·중 등 주요국 경기둔화(15.6%), △공급망 불안(9.6%) 순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작년 대비 증가했다는 응답(20.7%)이 감소했다는 응답(12.6%)보다 많았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미국 관세 인상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채산성 악화로 기업들이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정적인 자금사정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묻자 기업들은 현재 기준금리(2.50%)보다 낮은 1.80%(응답 수치의 산술평균)를 제시했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0.25bp)가 2차례 이뤄졌지만, 내수 부진 지속과 통상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조차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한경협의 설명이다.
자금 관리·조달 시 겪고 있는 애로에 대해선 응답 기업의 약 절반(45.4%)이 △환율·원자재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그 외 △수출·투자 환경 불확실성 대응(20.7%), △자본·금융시장 규제(13.8%) 등을 지목했다.
안정적 자금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는 △환율 변동성 최소화(29.5%) △수출·투자 불확실성 완화 노력(17.1%),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원자재 수급 안정화(16.8%), △탄력적 금리 조정(16.2%)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관세 인상의 여파와 환율 고공행진이 내수 부진과 겹치며, 기업들의 자금사정 어려움이 여전하다"라며, "대내외 불확실성 완화 노력과 함께 과감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로 기업들의 숨통을 틔우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전환 등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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