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철칙

파이낸셜뉴스       2025.11.26 18:48   수정 : 2025.11.26 18:48기사원문



'빚투(빚내서 투자)'는 확신과 과감한 결단의 조합이다. 다만 과욕을 부린 오판의 대가는 좌절과 뒤늦은 후회로 치명적이다. 주식시장에선 투자보다 투기에 가까워 전문가들도 권하지 않는 사실상 금기어다.

얼마 전 고위 금융당국자가 이 같은 시장의 암묵적인 룰을 깨뜨렸다. "빚투를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로 볼 수 있다"는 증시 관련 발언이 전파를 탔다. 물론 감내 가능 수준에서 포트폴리오 관리를 단서로 달았지만, 신용거래융자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고점 경계감이 높아진 시기에 금융시장 안정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금융당국에서 나올 법한 의견인지 논란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쾌속질주하던 코스피지수는 이후에 300p가량 곤두박질쳤다.

부동산과 비교해도 주식 시장의 빚투 리스크는 투자기간, 이자비용, 가격변동성 등에서 아찔할 정도다. 신용거래융자가 대표적이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담보비율 140% 내외에서 보유자금의 2.5배까지 투자 가능하다. 하지만 최장 180일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주가가 내리막길을 타기라도 하면 담보비율이 낮아져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다음 날 장 시작과 동시에 자동으로 전날 종가보다 15~20% 낮은 헐값에 매도주문이 들어가 강제 처분된다. 상황에 따라선 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친다. 만기 3거래일의 '초단타 빚투'로 불리는 미수거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위탁매매 미수금 잔액은 1조원 내외로 불어나는 등 단기 외상매매 증가세가 확연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내에서 대출금이 엄격히 제한되고, 통상적으로 20~30년간 장기간 갚아나가는 부동산 빚투와는 결이 다르다. 신용거래융자의 이자율 역시 만만치 않다. 10대 증권사의 90일 평균 금리는 연간 약 9%, 기간을 연장하면 11%를 웃돈다.

부동산 담보대출의 시중은행 금리 상단 6%선과 비교하면 최대 두배 수준이다. 또한 주가는 상·하한가 각각 30%로 일일 가격 변동폭이 최대 60%까지 이를 수 있다. 집값은 하루에 이 정도로 널뛰지 않는다. 특히 1가구1주택의 경우 갈아타기 등 실거주 목적이 강해 투자로 보는 것은 무리다. 주식 없인 살아도 집 없이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출 끼지 않고 내집마련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일부 현금부자뿐이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에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빚투보다 위험한 게 단기투자, 고비용, 하이리스크의 주식 빚투다.

주식시장의 신용거래 급증은 가계부채 뇌관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9월 말 가계신용(대출+카드빚) 잔액은 1968조3000억원으로 지난 2002년 관련 통계가 공표된 이래 최대 규모다. 10월 이후에는 5대 시중은행에서 5조원 이상 늘어나 사상 첫 2000조 돌파가 눈앞이다. 해당 은행들의 신용대출도 지난 20일 기준 106조원을 웃돌아 한달도 안돼 1조3000억원 이상 늘었다. 이 중 상당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됐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현재로선 수익보다 원금손실 우려가 앞선다. 이달 들어 증시가 급격히 출렁이면서 투자자 의지와 상관없이 주가하락으로 강제 청산되는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이달 20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누적액은 2182억원으로 이미 연중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는 받침점(원금), 힘점(부채), 작용점(수익률) 3가지가 제대로 맞물려야 한다. 받침점이 흔들리거나 힘점과 작용점이 어긋나면, 지레가 힘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해 오히려 불안정해지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자칫 지렛대가 부러지면 안 하느니만 못한 선택이 돼버린다.
그래서 힘을 가하기 전 신중하고 철저하게 들여다볼 게 적지 않다. 뭉칫돈이 오가는 금융시장에선 두말할 나위 없다.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기자만 아는 투자 철칙은 아닐 것이다.

winwi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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