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2심도 징역형 집유…"사법부 독립 책무 망각"
파이낸셜뉴스
2025.11.27 16:14
수정 : 2025.11.27 16:14기사원문
주요 직권남용 일부 유죄 유지·일부 뒤바뀌어도 형량 동일
재판부 "원칙·기준 무너뜨려 신뢰 훼손…책임감 토로 참작"
[파이낸셜뉴스]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실행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혐의 판단을 변경하면서도 임 전 차장에게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할 책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홍지영·방웅환·김민아 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 대상 자료 수집 지시 △행정처 개입을 숨기기 위한 허위 해명자료 작성·행사 △대법원 예산편성 개입 관련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일부 무죄·무죄로 변경됐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가면 판매 중단 방안 검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사법제도 소모임 압박 △공보관실 운영비 편성·집행 과정의 국고손실 등은 1심 무죄가 일부유죄·유죄로 판단됐다.
이와 별도로 △전교조 재항고 이유서 검토 지시 △메르스 사태 법적 책임 검토 지시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제소 방안 검토 지시 △특정 법관 재산 검토 지시 등에 관한 직권남용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재판 개입 혐의 상당수는 개입할 수 있는 직권 자체가 없어 남용 또한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로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남다른 열정과 추진력으로 장기간 사법행정사무를 수행했으나, 사법부의 정책 목표와 추진 현안이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점에만 몰입한 나머지 원칙과 기준에 위배해 직무를 수행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범행은 법관들이 다른 국가권력이나 내·외부 세력의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다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사법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임 전 차장이 사법부 구성원에게 실망을 안긴 데에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낀다고 토로한 점, 이 사건으로 500일 넘게 구금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지내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재판 개입과 법원 내 학술모임 축소 개입 등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2심 선고는 내년 1월 예정돼 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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