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고 안아주고 뽀뽀했을 뿐인데"..의식 잃고 쓰러진 2살여아
파이낸셜뉴스
2025.11.28 07:20
수정 : 2025.11.28 08: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건강했던 2살 여아가 감기 증상을 보이다 의식을 잃고 기절해 응급실에 실려간 사연이 전해졌다. 아이의 부모들은 "딸에게 누군가 뽀뽀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영국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의 30세 데스티니 스미스는 지난해 11월 당시 2살이던 딸이 감기 증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의료진은 아이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됐다고 진단했고, 상태는 몇 시간 만에 급격히 악화돼 헬리콥터를 이용해 소아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두 시간마다 호흡 치료를 했지만 산소포화도는 계속 떨어졌다. 아이는 의식을 잃고 생사를 오가며 소아중환자실에서 5일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서서히 회복했고, 퇴원 후 3주간 4시간마다 흡입기를 사용하며 경과 관찰을 이어갔다.
데스티니는 감염 경로에 대해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여러 친척들이 딸을 안고 뽀뽀했다"면서 "손 씻기 등 위생이 완벽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뽀뽀 때문에 아이가 죽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가까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아이를 껴안거나 뽀뽀하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레스터대 임상미생물학자인 프림로스 프리스톤 박사는 "아기에게 뽀뽀하는 것은 애정의 표시지만 건강상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 아기를 가진 부모는 타인이 자녀에게 입을 맞추거나 만지지 않도록 요청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아기는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꼭 아기에게 뽀뽀하고 싶다면 입이나 얼굴 대신 발이나 뒤통수에 하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단순 감기처럼 시작되지만, 영유아의 경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RSV는 전 세계 영유아 호흡기 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특히 생후 6개월~2세 사이 영유아에게서 중증 호흡부전을 유발하는 대표적 바이러스다.
단순 감기처럼 시작되지만, 어린아이의 기도에서는 몇 시간 만에도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바로 이 예측 불가능한 악화 속도 때문에, 웅얼거리는 소리나 갈비뼈 아래에서 배가 빨려 들어가는 것 등 아이에게서 평소와 다른 호흡 패턴을 느낀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성인에게는 감기와 유사한 가벼운 상기도 감염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고령층·만성질환자에게는 폐렴, 세기관지염, 저산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년 겨울철 주요 입원 원인으로 꼽힌다.
RSV는 침과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장난감·문손잡이 등의 표면에서도 수 시간 생존해 간접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잠복기는 보통 4~6일이며, 초기에는 콧물·기침·미열 등 감기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뽀뽀 등 신체접촉으로 옮길 수 있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도 주의
2세 미만 영유아는 면역체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심각한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따라서 성인이나 성장한 아동에게는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는 감염이라도 영유아들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아기의 눈·입·피부에 영향을 미칠 뿐이라면 항바이러스 치료로 대부분 회복되지만, 만일 바이러스가 전신에 퍼져 장기에 영향을 미치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 3월 얼굴에 뽀뽀를 받았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영국 2살 남아의 사례도 있다. 당시 의료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누군가가 아이의 눈이나 눈가에 뽀뽀해 감염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