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1B 비자 강화, 학계·산업계 인력난 쓰나미 덮칠 것"
파이낸셜뉴스
2025.11.30 18:44
수정 : 2025.11.30 18:44기사원문
노아 스토프먼 美 인디애나대 켈리경영대학 재무학 교수
트럼프 "1인당 수수료 年 10만달러로"
美 대학 인력 전세계서 끌어모으는데
고비용에 유학생 줄고 채용 끊길수도
지적 생산성·국제 경쟁력 모두 '위협'
실리콘밸리에선 빈익빈-부익부 초래
테슬라 등 거대자본으로 인력 모실때
'재정 압박' 스타트업은 혁신서 도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를 포함한 전문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해 연간 8만5000건만 발급한다.
기본 3년 체류를 허용하며 연장할 수 있다. 영주권도 신청 가능하다. 추첨 등록비 215달러와 청원서 제출비 780달러 등 단순 신청비용은 1000달러대였다.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미국의 인재유입 구조뿐 아니라 학계와 산업계의 인력수요, 나아가 미국 경제의 혁신역량까지 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해 노아 스토프먼 인디애나대학교 켈리경영대 재무학 교수가 답을 했다. 그는 기업 재무, 인적자본, 혁신·특허·기업 네트워크 분야를 연구해왔다. 인터뷰는 안연주 미국 인디애나대학 재무학 박사과정 학생이 했다.
▲정책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한 상태이다. 미국 대학들은 일반적으로 테뉴어 트랙(정년보장 교수가 되는 승진 경로)을 기준으로 교수 한 명을 최소 5~6년 동안 고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비용을 연차별로 분산한다면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연봉 수준이 높은 경영대학과 같은 일부 분야에 한정된 것이며, 상대적으로 인건비 여력이 적은 인문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분야에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미국 대학원, 특히 비즈니스스쿨의 박사과정 구성이다. 미국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 학생의 약 80%가 국제학생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미국 학계의 노동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대학은 교수 인력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다. 박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최소 5~6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교수 채용이 지연되거나 아예 진행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으며, 이는 강의와 연구 활동의 질 저하로 이어져 교육기관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대학의 교수진 구성을 살펴보면 외국인 학자 비중이 매우 높다. 미국의 비즈니스스쿨을 둘러보면 교수진의 상당수가 고국이 아닌 타국에서 온 연구자이다. 미국 학계는 수십년 동안 세계 각지의 인재를 받아들임으로써 연구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연구자의 유입이 감소한다면 이는 단순한 채용 문제를 넘어서 학계의 지적 생산성과 미국 대학의 국제경쟁력 전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박사과정의 인력 구성 자체가 이미 외국인 학생 중심으로 굳어져 있어 단기에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미국 내 인재풀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은 아예 채용을 하지 않거나, 혹은 해당 연구자를 채용하면서 비용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미국의 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일할 인력을 양성하는 박사과정 자체가 대체로 외국인 학생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도 현실이다. 예를 들어 켈리경영대에서는 박사과정 학생의 약 80%가 국제학생이다. 단기적으로는 인력수급의 제약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단기적 측면과 장기적 측면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정책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누가 이 비용을 부담하느냐'이다. 예를 들어 교수 임용 후 1~2년 만에 연구자가 다른 기관으로 옮길 경우 대학은 두 번째 신규 채용에 다시 10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므로,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계약조건으로 이러한 점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대학과 교수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학계의 계약 관행과 노동시장 구조 전반을 재편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노동 공급의 비탄력적(inelastic)인 문제다. 고숙련 인재가 필요한 직종의 경우 미국인이 즉각적으로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으며, 결국 기업은 채용 자체를 줄이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조정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최소 수년간은 부정적인 충격이 압도적일 것이다. 박사를 졸업한 사람만 교수가 될 수 있는 것인데, 현재 80%가 외국인 학생이니 이런 제도가 생긴다고 해서 단기적인 미래에 미국인을 고용할 수 없다. 재무 박사를 졸업하는 데 5~6년이 걸린다.
―H-1B가 산업계 채용을 포함해 미국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계의 상황은 더욱 복합적이다. 미국 기업들이 H-1B를 통해 채용하는 직군이 대부분 고숙련·고임금 직종이다. 이번 제도가 특히 스타트업과 혁신 중심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 테슬라 같은 거대 기술기업은 10만달러의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지만 막 창업한 스타트업은 단 한 명의 외국인 인재 채용만으로도 심각한 재정 부담을 겪을 수 있다. 미국 경제에서 스타트업은 혁신과 기술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데, 이들이 H-1B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혁신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숙련 인재 의존도가 높은 스타트업과 기술기업은 어떤 타격을 받을까.
▲H-1B를 통해 채용되는 직종은 일반적으로 고임금·고숙련 분야이며, 이 제도의 비용 부과는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거대 기술기업은 재정적 여력이 충분해 비용 부담을 흡수할 수 있지만, 창업 초기기업들은 한 명의 외국인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정 압박을 받게 된다.
이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혁신 생태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요소이며, 특히 실리콘밸리와 같은 지역에서는 고급인력 수급 문제로 스타트업 설립 자체가 줄어드는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노동 공급이 즉각적으로 미국인으로 대체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기업들은 채용 자체를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R&D), 신기술 개발, 신제품 출시 등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혁신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조정이 일어날 수 있으나 이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동안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 넓은 의미의 이민이 미국의 금융시장, 예를 들어 국채·주식·부동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이민 유입이 인구 증가를 통해 주택 수요를 높이고, 이는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높은 이민 수요가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가 그만큼 두드러지게 논의되지는 않고 있다.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더 복잡하다. 국채시장은 글로벌 자금이 상호작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기 때문에 단일한 정책 변화가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 연기금, 국제 투자자들의 수요가 미국 국채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에 이민정책 하나로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측면에서는 단순한 인구 증가 외에도 한 나라의 전체 인구구조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오랫동안 은퇴자금을 저축해 왔고, 이제는 그 자금을 소비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민이 경제 내 인구분포에 영향을 미친다면 일정한 거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민이 금융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단순한 이야기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 국채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시장이며, 미국 국채 가격은 국제적으로 결정된다. 다수의 국가 중앙은행들이 보유하는 국채 규모, 연기금과 각국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규모 등 많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 금리를 하나의 정책이나 단일 변수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연구 실적은.
▲첫 번째 연구는 '미국 혁신 200년: 기업 내부 네트워크와 재난에 대한 적응력(Two Centuries of U.S. Innovation: Firms' Internal Networks and Resilience to Disasters)'이다. 인대애나대 교수들과 공저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노동경제와 혁신(innovation)의 접점을 다루는 연구로, 자연재해가 특정 지역의 혁신활동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논문의 주요 내용과 시사하는 점은.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한 지역과 발생하지 않은 인접 지역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자연재해의 영향을 식별했다. 즉 어떤 카운티가 허리케인을 겪은 이후의 특허활동을 지리적으로 인접하지만 피해가 없었던 유사한 카운티와 비교해 허리케인이 혁신활동에 미친 순수한 효과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허리케인을 경험한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특허 출원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된다. 이 연구의 장점은 장기간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를 구축해 1836년 이후의 긴 시계열 특허 데이터를 확보했다. 결국 자연재해가 발생한 이후 발명가의 이동성(labor mobility)을 분석했다. 허리케인 이후 발명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혁신활동을 지속하는지, 혹은 활동 자체가 중단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이동이 다른 지역의 혁신에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키는지 등을 살펴봤다. 최근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현상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자연재해가 지역 혁신역량과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미국 자료를 기반으로 하지만 홍수나 태풍과 같이 큰 피해를 초래하는 자연재해가 잦아지는 다른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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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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