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남한말, 북한에선 '일 없습니다'…英 옥스퍼드대 'K-랭귀지 맵'
파이낸셜뉴스
2025.12.01 10:43
수정 : 2025.12.01 14:17기사원문
남북 이어주는 뿌리는 언어…영국·한국의 탈북민 100명 인터뷰
北 감정어 드물고 '다나까' 사용…북 MZ는 'K드라마 언어' 선호
[파이낸셜뉴스]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남한과 북한의 언어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K-랭귀지 맵'(K-Language Map)이 마련됐다.
지은 케어(한국명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영국과 한국의 탈북민 100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240개 단어를 영어·남한어·북한어로 정리해 게시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선 '나무오르기주머니곰'으로 사용했다. 한글 옆에는 로마자로 발음을 적어 넣기도 했다. 영어 'Day off'는 남한에선 '(공)휴일', 북한에선 '휴식일'(북)로 불렀다. 'It's alright'의 경우 '괜찮습니다'(남), '일없습니다'(북)처럼 간단한 말도 전혀 다르게 사용했다.
이번 언어 맵은 옥스퍼드대가 한국 평택대학교와 공동으로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지원을 받아 수행한 남북한 언어 비교 연구 프로젝트다. 옥스퍼드대에선 케어 교수와 이학준 연구원, 조용탁 방문 연구원이, 평택대에선 차명호 교수와 남정아 특임교수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케어 교수는 "통일이라는 미래를 준비한다면 남과 북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뿌리는 언어다. 체계적으로 남북 언어를 비교하고 탈북민들의 언어 태도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라고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K-랭귀지 맵을 완성하기 위해 한국에 거주하는 80명, 영국에 거주하는 20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했다.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런던 뉴몰든에는 현재 탈북민 8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생생한 자료를 쌓기 위해 탈북한 지 10년 이내, 10∼50대의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다.
연구팀은 단어 뿐만 아니라 언어 사용하는데도 남북한 간 큰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중 두드러진 차이로 북한에서는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사용이 드물다는 점을 꼽았다.
케어 교수는 "(북한에선) 사랑한다, 좋아한다, 기쁘다, 행복하다 같은 말을 잘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어휘는 존재하지만, 사용 빈도는 거의 제로(0)"라고 말했다.
또 70년간 폐쇄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영어 등 외국어로 인한 변화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에 따른 언어 변화도 거의 없었다. 반대로 남한은 외국어와 인터넷 유행어로 수많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술어에도 차이가 있었다. 위계가 강하고 경직된 사회 환경인 북한은 '다나까'로 문장을 맺는 하십시오체 사용이 남한에 비해 훨씬 많았다.
다만 한류를 이끄는 K-드라마가 북한의 MZ 세대를 중심으로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단속을 뚫고 한국 드라마를 본 북한의 MZ세대 사이에선 남한 말을 쓰면 '트렌디', '세련됐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학준 연구원은 "북한의 언어는 외래어나 인터넷에 의한 교란이 거의 없이 70년간 그대로 보존됐는데, 그걸 바꾼 게 한류"라며 "북한이 한국 드라마 시청을 강하게 단속하는 것도 언어의 교란이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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