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게요" 대리기사 매달고 질주…마지막 음성 공개
파이낸셜뉴스
2025.12.02 15:31
수정 : 2025.12.02 16: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만취한 30대 남이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해 차 밖으로 밀어낸 뒤 차량에 매달고 질주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안전벨트에 몸이 감긴 채 약 1.5km를 끌려가다 끝내 사망했다.
2일 MBC와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4일 오전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일어났다.
B씨는 상반신이 차 밖으로 나온 채 안전벨트에 묶여 매달려 있었으나, A씨는 그대로 주행을 시작했다. B씨의 몸은 바닥에 끌리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들과 충돌했고, 차량은 약 1.5km를 더 달린 뒤 도로 연석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이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친 B씨는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대전 유성구 문지동에서 술을 마신 뒤 충북 청주로 이동하기 위해 B씨를 불렀다. 뒷좌석에 탑승해 있던 A씨는 차량이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흔들리자 잠에서 깼다는 이유로 앞좌석으로 넘어와 B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밀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블랙박스에 남은 마지막 음성 차량 블랙박스에는 B씨의 마지막 음성이 남아있었다. 대전에서 청주까지 대리비 4만 원을 벌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던 B씨는 A씨가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상황에서도 "잘할게요, 잘할게요"라고 말하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씨는 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이번 사건이 불합리한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만취해 소통이 불가능한 승객이라도 호출을 거부하면 업체로부터 최대 12시간 배차 제한을 당할 수 있고, 요금을 받지 못해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 대리운전노조는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대리기사는 매일 고객의 폭언과 폭행, 심하면 살해 위험 속에 일해 왔다"며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위험한 업무를 강요하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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