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리인상설에 주요국 국채 금리 급등…엔캐리 청산 우려 재부상

파이낸셜뉴스       2025.12.02 16:33   수정 : 2025.12.02 16: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 도쿄=이병철 서혜진 특파원】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현실화되면 시중 유동성 가운데 2000억~3000억 달러가 일본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오전 도쿄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1.88%까지 올라 2008년 6월 이후 1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일본 재무성이 실시한 10년 만기 국채 입찰 결과가 양호하자 장기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861%로 하락했다.

이날 재무성이 실시한 10년 만기 국채(표면금리 1.70%) 입찰에서 최저 낙찰가는 98.53엔으로 시장 예상치(98.51엔)을 웃돌았다. 평균 낙찰가와 최저 낙찰가 격차는 0.04엔으로 지난 7월 이후 5개월만에 가장 적었다.

시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에 주목해 매수세가 유입되며 순조로운 결과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날 우에다 카즈오 일본은행 총재 발언으로 10년 만기 채권 금리 하락폭은 제한적이었다.

우에다 총재는 전날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금융경제간담회 강연에서 "(오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시의적절성을 적절히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임금 인상 움직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달 회의까지 추가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다음날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 대해 "금융정책의 구체적인 수단은 일본은행에 맡겨져야 한다"며 12월 금리인상설에 힘을 실었다.

그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부와 일본은행간 인식 차이가 없다"며 "물가 동향, 미국의 관세 조치, 금융시장의 변동 등의 영향을 살피면서 기업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올린 뒤 10월까지 6차례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에 0.25%포인트를 추가로 올리면 연 0.75%가 된다.

일본 채권금리 상승은 미국 채권시장에도 파급됐다. 1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8%p 상승한 4.09%로 한 달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2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0.05%p 올라 3.54%를 기록했다.

매트 미스킨 매뉴라이프 존핸콕 인베스트먼트 공동 최고 투자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글로벌 채권은 일본은행의 12월 금리 인상 신호에 나비효과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메트칼프 스테이트 스트리트 마켓 매크로 전략 책임자는 "일본 금리가 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질수록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본국으로 가져오거나 적어도 해외 채권 매수 규모를 줄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국채 발행이 급증하는 시기에 국제 금융의 핵심 공급원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지게 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이 금리를 '깜짝' 인상하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까지 퍼지자 양국 간 금리 격차를 활용해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던 자금들이 대거 청산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급락한 바 있다.

iM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일본 국채 금리와 엔화가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공산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미 연준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일본은행의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미일 간 금리 스프레드 축소가 엔화 가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과 엔 간 강한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엔화 강세 시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주식시장도 한국과 일본 증시 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지만 엔화 강세 시 국내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엔 캐리 청산 우려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나온다.

NH선물은 보고서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한 방법인 '외환 파생 상품'의 경우 "캐리 트레이딩 청산 신호로 볼 수 있는 스왑레이트나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의 급격한 변동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OIS(금리스와프) 시장에 반영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전망 또한 1년 이후로 본다면 큰 변화가 부재하다"고 짚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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