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부족한 AI 전문가···16%는 해외로 나갔다

파이낸셜뉴스       2025.12.05 14:00   수정 : 2025.12.05 14:00기사원문
AI 인력 지난해 기준 5.7만명..15년간 2배 늘어
하지만 이 중 1.1만여명 해외에서 근무
임금 프리미엄 6% 수준으로 선진국 대비 미흡

[파이낸셜뉴스] 국내 인공지능(AI) 전문인력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긴 하나 절대적 수가 여전히 부족하고 해외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연공서열 위주 성과 제도로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과 산업 자체에 대한 적은 투자 규모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낮은 임금’이 이탈 요인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규모, 임금, 이동성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AI 전문인력은 5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16%에 해당하는 1만1000명가량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직한 AI 인력 중에선 1.4%가 해외로 향했는데, 이는 타 근로자 대비 0.6%p 높은 비율이기도 하다.

행선지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 근무 AI 인력은 2010년 2100여명에서 2024년 6300여명으로 3배 증가했다.

해당 연구는 링크드인(LinkedIn) 공개 프로필을 기반으로 2010~2024년 국내 근무 이력이 있는 근로자 약 110만명, 1000만건 이상 직무 이력 정보를 확보해 이뤄졌다. AI 전문성은 관련 핵심 기술 12개 중 하나라도 갖추고 있으면 인정하는 식으로 식별했다.

해외 주요국 대비 낮은 임금 정도가 인력 이탈에 제동을 걸지 못 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기준 직업, 학력, 성별 등 다른 조건은 동일하게 설정하고 ‘AI 기술 보유 여부’만을 따졌을 때 보유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6% 많은 임금(프리미엄)을 받고 있었다. 세부 기술별로 보면 패턴 인식(17.9%), 뇌과학(15.8%), 신호 처리(11.8%), 클라우드(11.3%) 등 순이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지표가 25%에 육박하는 미국은 물론 캐나다(18%), 영국·프랑스·호주(15%)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로 크게 뒤처진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낮은 임금 프리미엄은 연공서열 위주의 성과제도 등 한국 노동시장 특징에서 기인했을 것”이라며 “AI에 대한 국내 투자 및 수요가 기본적으로 타 국가 대비 낮은 수준인 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 팀장은 “대표적으로 미국 같은 경우 (단순히 임금 체계 탓이 아니라) 월등히 우수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있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높은 것일 가능성도 있다”며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5년 간 2배 늘어..하지만 미국의 14분의 1 수준
해외 유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AI 인력 증가세는 가파르나 그 수는 현저히 부족하다. 2010년 3만명이 채 안 됐으나 15년간 2배 넘게 늘어 지난해 5만7000명이 됐다. 하지만 같은 시점 미국(78만명)의 약 14분의 1 수준이다. 영국은 11만명이고, 프랑스·캐나다(7만명)보다도 그 수가 달린다.

기업들은 AI 전문인력을 원하고 있다. 한은이 올해 10월 중 전 산업에 대해 국내 400개 기업을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AI 관련 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대기업(69.0%), 중견기업(68.7%), 중소기업(56.2%) 모두 과반이었다.

오 팀장은 “AI 도입이 기업 생존과 직결된 과제로 인식되면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AI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숙련 인재 부족(27.4%)’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높은 급여 기대(25.3%)가 그 뒤를 이었다.

다만 기업들은 이들에 현재보다 더 높은 임금 수준을 제시할 의향은 가지고 있었다. 대기업은 현재 임금 프리미엄(13.3%) 대비 8.4%p 높은 21.7%를 지급할 의사가 있었고, 중소기업도 현재(13.8%)보다 4.4%p 상향 조정된 18.2%를 제안할 의향이 있었다.

오 팀장은 “AI 인력의 양적 확대를 넘어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인재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가 석·박사, 공학도
국내 AI 인력의 특징은 고학력, 상위권 대학 출신, 공학 전공 등이다. 이 경향은 2010년 대비 2024년에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체 AI 인력 중 석사(35%), 박사(23%) 비중은 지난해 기준 58%였다. 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KAIST) 출신이 나란히 1~4위를 차지했다.

전공은 공학계열이 64%로 단연 1위였고 경영학(12%), 수학·정보기술·사회과학(5%) 등이 뒤를 이었다.
세부 기술별로 보면 클라우드(41%), 머신러닝(40%), 딥러닝(17%), 신호 처리(11%) 등 순이었다.

2010년만 해도 AI 전문인력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 기반 대기업에 주로 근무했다면 2024년 기준으로 네이버(2위), 아마존(5위), 쿠팡(9위)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이 상위권에 진입해있는 점도 눈에 띈다. 제조업 비중은 27%에서 22%로 감소한 반면 정보서비스업 비중은 22%에서 30%로 확대됐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