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디아다 트랙 눈앞에"…넥센타이어 R&D 심장부
뉴스1
2025.12.04 15:30
수정 : 2025.12.04 15:30기사원문
#28인치 크기 LED 총 432장이 오목하게 쌓여 높이 5m에 달하는 곡면의 디스플레이 벽을 이뤘다.
그 앞에는 폭스바겐 중형 세단 '파사트'의 1열 내부를 구현한 차량이 바닥 레일과 연결돼 공중에 떠 있었다.
거대한 스크린에서는 스페인 대표 자동차 성능시험장 이디아다 트랙이 나왔다. 트랙 풍경이 급변해 트랙 위를 주행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차량은 레일에서 트랙 코스와 차량 가·감속에 맞춰 상하좌우로 움직였다.
지난 3일 서울 마곡에 위치한 넥센타이어(002350) 중앙연구소 더넥센유니버시티에서 만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모습이다. 넥센타이어가 지난 8월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고성능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영국 장비 제작사 '앤서블 모션'으로부터 도입했다. 이 장비가 언론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 넥센타이어가 실차 테스트를 진행하는 이디아다 트랙을 실험실 내부에 구현하고, 타이어 설정값과 노면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차량 움직임과 승차감까지 몸소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타이어 설정값들은 인공지능(AI) 모델이 만들어준다. 기존 실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모델이 수백개의 설계안을 먼저 생성하고, 설계안별 성능을 예측해 목표한 성능을 만족한 최적의 설계안을 엔지니어에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예측 시에는 타이어를 작은 조각들로 나눠 각 부분의 거동을 계산한 뒤 전체 성능을 예상하는 '유한요소법'(FEM)을 사용한다. 이후 엔지니어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통해 AI 예측값이 얼마나 들어맞는지 확인한다. 최종 성능은 실차 테스트를 통해 계측한다.
AI·VR로 실차 테스트 전 목표 성능 80%구현…OE 시장 추격하는 中 업체와 초격차 벌려
이러한 AI와 VR 기술이 본격화되면 제품 연구개발(R&D)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차량동역학팀장은 "그동안 타이어 설계가 완료되면 타이어를 실제로 만들어서 테스트해 보고 개선점을 찾아 다시 타이어를 만들었다"며 "이제는 AI와 VR 기술을 활용해 사전 검증을 마치기 때문에 실차 테스트 전 목표 성능의 70~80%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차 테스트에선 전담 드라이버가 하루에 6가지 버전만 검증할 수 있다. 타이어를 버전별로 갈아 끼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실제 타이어를 탑재할 필요 없이 설정값만 바꿔주면 되기 때문에 드라이버가 1시간 만에 4가지 버전을 모두 실험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눈·비 등 외부 제약 조건과 관계없이 실내에서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고성능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차량 개발에 활용하는 완성차 기업들은 폭스바겐그룹(아우디), BMW그룹 등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넥센타이어가 유럽 체코 공장을 통해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하는 파트너사들이다.
김종명 중앙연구소장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OE를 공급하며 글로벌 10위권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들 브랜드가 타이어 회사의 VR·AI 개발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타이어 기술력의 척도로 보기 때문에 투자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타이어 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분야도 VR·AI를 활용한 연구개발(R&D)이다. 김 소장은 "중국 기업들이 과거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OE로 공급을 못했지만, 최근에는 하나둘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OE에 들어갔다는 것은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한 여러 가지 도전 과제를 극복했다는 것으로 우리로선 위기감을 갖게 한다. 전통적인 실차 테스트 방식만으론 중국의 인해전술에 밀리기 때문에 VR·AI에 매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