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불영어' 충격…"사교육 문항 교체하다 난이도 못 살폈다"

뉴시스       2025.12.04 17:20   수정 : 2025.12.04 17:20기사원문
평가원,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 영어 1등급 비율 3.11%…"의도 목표 못 미쳐" 난도 조절 실패 원인으로 '사교육 문항 교체' "사인펜 번짐 82건…육안으로 최소 4회 확인"

[서울=뉴시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5.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이 3.11%에 불과하자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오 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평가원이 발표한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어 영역을 응시한 48만7941명 중 1등급을 받은 인원은 1만5154명으로 전체의 3.11%에 그쳤다. 이는 영어 영역 절대평가 도입(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고, 상대평가 과목의 1등급 비율(상위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등급 비율도 크게 줄었다. 올해 2등급을 받은 인원은 7만17명으로 14.35%였다. 이는 2025학년도 16.35%, 2024학년도 18.17%보다 각 2%포인트(p), 3.82% 감소했다.

수험생의 학습 부담과 과열된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절대평가 취지와 달리 상대평가보다도 낮은 1등급 비율을 기록하며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오 원장은 "2026학년도에서도 적정 난이도를 목표로 해서 출제를 했지만 실제 결과가 의도했던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며 "향후에는 난이도 수준을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겠다"고 답했다.

평가원은 수능 당일 발생한 컴퓨터용 사인펜 번짐 현상으로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채점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민경석 수능 채점위원장(세종대 교육대학원장)은 "컴퓨터용 사인펜 번짐으로 인한 중복 표기가 우려되는 사항은 전체 82건"이라며 "육안 판독을 통해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채점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5.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오승걸 한국교육평가원장과 민경석 수능 채점위원장의 일문일답

-수험생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2018학년도부터 영어 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했지만,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4%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는가.

"(오 평가원장) 2026학년도 수능에서도 적정 난이도를 목표로 출제했지만 실제 결과가 의도했던 목표에 미치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원인은 향후 더 면밀히 분석해야겠지만, 이번 수능 출제 과정에서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나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 문항들과 유사한 문항이 유난히 많이 발견돼 교체되는 문항이 다수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문항을 교체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난이도 부분을 조금 더 면밀히 살피지 못한 면이 있다."

-교육 당국은 적정 1등급 비율을 어느 수준으로 보고 있고, 내년도 수능 영어 영역 출제 시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무엇을 고려할 계획인가.

"(오 평가원장) 약 6~10% 내외일 때 큰 논란 없이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시험을 준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영어 같은 경우 학생들이 빈칸 추론 문항, 간접 쓰기 문항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었고, 해당 문항들의 정답률이 목표치보다 낮게 나왔다. 향후 이러한 문항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겠다."

-사탐런(이과생들이 과학탐구가 아닌 사회탐구를 응시하는 현상)이 도드라지며 사탐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많다. 탐구 과목에 대한 표준점수 적용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오 평가원장) 올해 사탐 일부 과목에서 동점자가 발생해 1등급 비율이 다소 높게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사탐과 과탐 사이의 편차도 최소화됐고, 사탐과 과탐 내 과목 간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도 전년도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올해는 오히려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현상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는 수학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거나 더 어렵게 출제됐다. 내년에는 무엇을 보안해 어떻게 출제할 계획인가.

"(오 평가원장) 올해 수험생과 N수생의 특성을 6월·9월 모의평가를 통해 분석했고, 전년도 수능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적정 난도를 구성하도록 노력했다. 수능이 끝나면 현장 선생님들로 구성된 수능평가자문위원회를 개최하게 돼 있다. 현장 선생님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어느 정도 난도가 적절한지 등 출제의 방향을 잡아 나가겠다."

-복수 정답, 출제 오류 등 논란이 되었던 문항에 대해 재검토가 이뤄졌나. 문항 이의 신청이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에 대한 입장은.

"(오 평가원장) 문제 제기가 된 문항들에 대해서는 관련 과목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실무심의위원회를 개최했고, 이의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오류가 없다고 최종 확정했다. 오류 유무와 무관하게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들은 면밀히 살펴 교육과정 내에서 정상적으로 풀 수 있는 수준으로 가는 방향을 더 살펴보겠다."

-컴퓨터용 사인펜 번짐 문제가 있었던 답안지는 몇 건인가.

"(민 채점위원장) 컴퓨터용 사인펜 번짐으로 인한 중복 표기가 우려되는 사항은 전체 82건이었다. 최소한 4회 이상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채점을 진행했다."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채점을 진행했다는 것은 전부 정답으로 처리했다는 것인가.

"(오 평가원장) 아니다. 마킹 번호 외에 잉크가 떨어지는 것은 채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올바르게 채점된다.
마킹 번호에 잉크가 떨어져 중복 표기가 된 부분은 면밀히 살펴 올바르게 처리했다."

-학생이 마킹을 한 것과 펜에서 샌 것을 직접 구분했다는 뜻인가.

"(민 채점위원장) 구별이 되는 경우 구별을 하고, 사안별로 채점위원회에서 검토해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채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진행했다."

-컴퓨터용 사인펜 번짐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오 평가원장) 문제가 된 부분의 원인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평가원이 합동으로 면밀히 분석하고 차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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