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몰이 맞서자" 사과 대신 대여투쟁 택한 국힘 지도부

파이낸셜뉴스       2025.12.04 18:27   수정 : 2025.12.04 18:26기사원문
의원 25명 '계엄 사과'로 내홍
장동혁 대표 '전열 재정비' 나서
내란재판부 설치 법안에도 반발
당 안팎 "尹 끊어내야" 우려 여전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맞아 '계엄 사과' 여부를 두고 반으로 갈라졌던 국민의힘이 대여 투쟁을 위해 단일대오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 등을 '보수 궤멸' 시도로 보고 당이 하나로 뭉쳐 투쟁해야 한다는 취지다.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된 만큼 반격에 나설 적기라고 보고 있지만, 계엄의 상흔이 남아있는 만큼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계엄 사과'로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이 대여투쟁을 위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 3일 소장파·친한계 등이 장동혁 대표에게 계엄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면서 잡음이 일었지만 이를 수습하고 정부·여당의 '내란 정당' 공세에 맞서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추 의원의 영장이 기각되자 '내란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공세와 특검 수사를 '내란 몰이'로 규정해 '탄압 받는 야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의 위헌성 긴급세미나'를 열고 여권이 강행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여권이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과 관련해 "추 전 원내대표 영장이 기각되자마자 화살을 사법부로 돌리고 사법 쿠데타에 나섰다"며 "대한민국 사법 체계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계엄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면서 국민의힘이 '절윤(切尹)'에 실패하고 내란 몰이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내에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특히 장 대표가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 발언과 "계엄을 통해 민주당의 무도함이 드러났다" 발언을 두고 '계몽령 선언'이라는 당 의원들의 비판도 나왔다.

장 대표는 '선 보수 결집·후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강성 보수를 동원하면서 대여투쟁에 열을 올리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계엄과의 절연 없이는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계엄을 정당화하고 윤어게인하고 계몽령 이 한마디만 나오면 모든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달 중 민주당의 쟁점 입법 드라이브가 예고된 만큼, 당 지도부는 내홍을 일단락하고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3차 상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제한법, 대미투자특별법 등이 이달 중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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