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며 가며 힐링하는 암자같이"… 신달자 문학관 문 열어
파이낸셜뉴스
2025.12.04 18:52
수정 : 2025.12.05 11:56기사원문
'환상의 밤' 등 한국 대표 여류시인
등단 61년… 고향 거창에 문 열어
1층 전시실·북카페 2층에 수장고
주민강좌 열며 지역문학 거점으로
우리나라 여성 시(詩)의 영역을 개척한 대표적 '여류 시인'인 신달자 시인(82·사진)의 문학관이 고향인 경남 거창에 4일 개관했다. '신달자 문학관'은 시 작품 전시나 주민 대상 문학강좌 등 지역 문학 활성화를 이끌고, 주민들이 힐링할 수 있는 '암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달자 문학관'은 거창군이 오랜 기간 검토와 준비 끝에 개관한 문화공간이다. 거창군은 지난 2012년 출향 문인을 위한 집필공간 조성 방안을 검토하며 해당 부지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해 왔고, 2014년 9월 대야리를 사업 대상지로 확정해 2016년 12월 '거창 예술인의 집'으로 개관했다.
이후 공공시설 활용도와 실효성을 높이고자 2020년부터 청년 농업인 숙소로 활용했다. 그러다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신달자 문학관 설립 관계자 회의'를 통해 신 시인의 문학적 가치를 지역 문화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거창군이 이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탄생하게 됐다.
거창군은 2024년 12월 특별교부세 5억원을 확보해 문학관 개관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본격 추진했으며, 지난 6월 거창군과 신 시인 간 업무협약 체결, 7월 '신달자 문학관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 등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고 1층에는 전시공간, 강의실, 북카페가 있고 2층은 수장고, 2개 전시실로 재구성했다.
개관식은 박정자 배우가 신 시인의 시 '핏줄', 나태주 시인이 '아! 거창'시 낭송,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신달자의 시에 대하여' 평론 등으로 구성돼 문학관 개관의 의미를 살렸으며, 신 시인은 올해 받은 인촌상 수상 상금으로 거창군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향후 '신달자 문학관'은 내년부터 신 시인 작품 전시, 지역 문인의 창작·낭송 프로그램, 주민 대상 문학 강좌 및 글쓰기교실 등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1943년생인 신 시인은 거창에서 태어나 1964년 '환상의 밤'으로 등단한 뒤 '백치 애인' '겨울축제' '모순의 방' 등을 출간했다.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2020년 만해대상 등을 수상하고 2012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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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인 '저 거리의 암자' 중)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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