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영어'에 수시 수능최저 비상…안정 지원 가능성은

뉴시스       2025.12.05 06:05   수정 : 2025.12.05 06:05기사원문
"수능 최저 미충족에…수시 탈락 늘고 정시 이월↑" "국·수·탐 잘봤어도 영어 못봤다면 상향 지원 힘들어" "연대·시립대 등 영어 비중 큰 대학 지원 감소 가능성" "'불수능' 변별력 확보돼 적정 지원 오히려 늘어날 것"

[서울=뉴시스] 민경석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5.12.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용윤신 이윤석 수습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도가 예년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비상이 걸렸다. 영어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치면서 주요 대학의 수시전형·정시전형 모두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시험을 치른 수험생 48만7941명 가운데 90점 이상을 획득해 1등급을 받은 학생은 3.11%(1만5154명)에 그쳤다. 이는 상대평가 기준 1등급 비율인 4%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와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 최저치다.

절대평가 이후 영어 1등급 비율은 2018학년도 10.03%, 2019학년도 5.30%, 2020학년도 7.43%, 2021학년도 12.66%, 2022학년도 6.25%, 2023학년도 7.83%, 2024학년도 4.71%, 2025학년도 6.22%, 2026학년도 3.11%로 나타났다.

서울 주요 대학 상당수는 수시 합격 후에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최종 합격할 수 있으나, 영어 절대평가에서 고득점 확보가 흔들리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이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 1등급 비율 3.11%는 사실상 '충격' 수준"이라며 "논술전형, 상위권 대학 교과전형, 의대 등 최저 기준이 높은 전형에서 피해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최저 미충족으로 수시 탈락자가 늘어나 정시 이월 인원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시 준비생에게는 호재지만 수시를 중심으로 준비해온 학생에게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연철 소장은 "영어는 절대평가로 상위권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1등급을 확보한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해 3개 과목 등급 합계 6등급, 3개 과목 등급 합계 7등급의 충족이 예상보다 어려워졌다"며 "특히 의대·상위권 대학에서 요구하는 3개 또는 4개 과목 등급 합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도 "4과목 등급 합계 5등급, 4과목 등급 합계 6등급처럼 배제할 수 있는 과목이 없는 기준은 타격이 크다"며 "3과목 등급 합계 4등급 역시 메디컬에서 많이 요구하는데, 영어가 흔들리면 충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 최저 미충족자가 늘면 수시 합격선이 다소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일반 학과는 최저 기준이 높지 않아 영향이 적지만, 지방 의대의 경우 영어 1~2등급을 전제로 지원했던 학생들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시로 넘어오는 인원이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시에서도 영어 성적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성호 대표는 "국·수·탐 성적이 좋아도 영어 등급이 낮으면 상향 지원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며 "정시에서는 영어 반영 비중이 높은 대학을 중심으로 지원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과목 간 점수 격차가 크기 때문에 국어를 좀 잘 봤다 싶은 학생들은 상향 지원 패턴이 나타날 것이고, 수학을 아무리 잘 봤다고 하더라도 국어를 못 봤다면 상향 지원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수·탐을 아무리 잘 봤어도 영어가 발목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중 실장은 "메디컬에서는 영어 반영 비중이 커 1등급 여부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며 "영어가 약한 학생은 다른 과목에서 더 높은 점수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세대·서울시립대처럼 영어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에서는 지원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불수능'에 따라 학생들이 원서를 안정적으로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달랐다.

김원중 실장은 "시험이 어려웠다고 해서 무조건 하향 지원 경향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영어를 잘 본 학생은 오히려 더 유리해져 결국 자기 점수대에 맞는 대학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곤 소장은 "점수 간격이 벌어지고 변별력이 확보되면 오히려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더 명확히 판단해 적정 지원이 늘어난다"며 "시험은 일정 수준의 난도가 유지되는 것이 지원 전략 수립에는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연철 소장은 "올해는 재수생 증가 등으로 전체 수험생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상향 지원보다는 안정 지원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로 상위권 공대 경쟁이 완화됐던 '낙수 효과'가 올해는 사라진 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앞두고 2027학년도 수능이 마지막 통합수능이 되는 점도 수험생들에게 보수적 지원을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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