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협상 중 러와도 접촉?…유럽 정상들 ‘배신 가능성’ 경고
뉴스1
2025.12.05 09:01
수정 : 2025.12.05 10:32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유럽 정상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을 중재하고 있는 미국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고 독일 슈피겔, 키이우인디펜던트와 키이우포스트 등이 유럽 정상 간 통화 녹취록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녹취록에서 핀란드 대통령은 미국이 11월30일 우크라이나와 협상하면서 러시아와도 동시에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협상단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를 이들과 함께 두어서는 안 된다"라고도 말했다.
프랑스는 미국이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미국 대표단의 회동 후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미국 측 협상자인 재러드 쿠슈너와 통화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마이애미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협상단이) 러시아와도 대화를 나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협상하면서 미국이 이를 시시각각으로 러시아에 알려주며 입장을 조율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스투브 대통령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쿠슈너가 러시아와의 회담을 생산적으로 평가하며 "협상의 95%는 합의"했지만, 남은 쟁점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강제로 양도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러시아를 대변하는 듯한 말을 한 미국 협상단에 스투브 대통령은 강한 불신감을 표현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쿠슈너와 백악관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이들과 함께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이에 동의하며 "나는 알렉산더(스투브 대통령)와 같은 생각이다. 우리는 볼로디미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배신'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미국을 경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안보 보장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미국이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앞으로 며칠 동안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그 역시 쿠슈너를 언급하며 "그들은 당신과 우리 모두와 게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녹취록에 따르면, 유럽 정상들은 3일 미국 특사들과 갖게 될 회담 개최 방안도 논의했다. 메르츠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트코프를 브뤼셀로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정상들은 회담에 각국 정상들이 참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회의가 NATO 본부에서 열릴지 아니면 EU 시설에서 열릴지 논의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지금은 우리가 밖에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참여를 강조했다. 하지만 멜로니 총리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특사들과의 만남을 각국 정상들이 직접 참석하는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하는 것에 반대를 표한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 정상들이 쿠슈너와 위트코프와 함께 앉는다면 우리가 약해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녹취록은 유럽 정상들이 미국에 대해 얼마나 불신감을 가졌는지 잘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서 유럽을 배제하거나, 러시아 입장을 더 중시하거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고립시킬 것을 유럽 정상들이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2일 모스크바로 이동하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외교 정책 고문 유리 우샤코프를 만나 잠재적 평화 조건에 대해 논의했다. 약 5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우샤코프는 러시아와 미국이 "타협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회담은 "건설적이고 매우 유용하며 실질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위트코프는 3일 유럽 관계자들을 만나지 않고 모스크바에서 미국으로 돌아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다음 회담은 4일 마이애미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번에도 유럽 대표단은 참석하지 않을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계속해서 미국 협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유럽의 분노와 우려는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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