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약선' 2차 공격 '전쟁 범죄'였나…"트럼프 논리로 정당화 안돼"
뉴스1
2025.12.05 11:19
수정 : 2025.12.05 11:19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군이 9월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격할 당시 비무장 생존자 2명을 살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쟁 범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마약 카르텔을 일찍이 '무장 집단'으로 규정했으므로 공격도 합법적이라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미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는 공격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2일 이후 미군은 '마약 운반선'을 겨냥해 약 20차례 공습을 가했고 80명 이상이 숨졌다.
논란은 미군이 9월 난파한 선박 잔해에 매달린 생존자 2명을 살해하기 위해 작전 지휘관이 두 번째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첫 공격만 실시간으로 보고 회의를 떠난 뒤 뒤늦게 두 번째 공격을 보고받았고, 프랭크 브래들리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 사령관이 공격을 명령했다고 해명했다.
美 국방부 매뉴얼 "'난파선 생존자' 사격 명령은 거부할 것" 명시
국제인도법은 무력 분쟁 시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할 것 △과도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는 공격을 피할 것 △정당한 군사 목표에만 무력을 사용할 것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하지 않을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치명적인 무력 사용은 정당방위 시에만 허용된다는 원칙도 포함된다.
즉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치지 않는 용의자를 살해하는 것은 미국 국내법과 국제법상 모두 살인에 해당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망자들을 '무장 집단'으로 규정하며 공격 과정에서 국제인도법(IHL)을 어기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마약 카르텔이 미국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무장 집단'이므로 공격 역시 정당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통상 국제사회에서는 정치적·이념적 이유로 지속적인 공격 활동을 전개하는 조직을 '무장 집단'으로 정의한다.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는 탈레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련의 선박 공격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도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미국의 알카에다 공격의 경우 이들이 해외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 아니라, 의회가 2001년 9·11 테러와 연계된 단체들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의회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생존자들을 고의로 살해한 행위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미 국방부의 '전쟁법 매뉴얼'은 무력화돼 의식을 잃거나 난파한 전투원에 대한 공격을 금지한다. 불법적이므로 거부해야 하는 명령으로는 난파선 생존자에 대한 사격 행위를 들고 있다.
수사-기소-재판 사실상 어려워…대통령 사면도 가능해
이런 상황에서 연방의원들은 관계자들을 소환해 증언을 듣고,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에 제한을 두거나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선박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이다.
다만 법적 책임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또 다른 문제다. 미군과 미국 법무부에는 작전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사람을 조사하고 기소할 권한이 있지만, 이 사건의 헤그세스 장관이나 브래들리 사령관과 같은 고위급 지휘관에게 혐의를 적용한 경우는 많지 않다.
누가 원고적격을 가졌는지도 불분명하다. 공습 생존자들이 구금 중이었다면 소를 제기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자국으로 송환된 상황이다.
공습 사망자 유족 1명은 미주인권위원회에 소송을 냈으나, 국제 재판소가 트럼프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은 사실상 미미하다.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당사국도 아닌 데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또 법원은 안보 문제에 있어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크다.
만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모두 규명돼 유죄를 선고받는 책임자가 있을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법 위반이나 전쟁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당사자를 누구든 사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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