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슈퍼리치’ 증가 속 한국만 7명 감소, 사라진 ‘벤처 신화’
파이낸셜뉴스
2025.12.05 14:48
수정 : 2025.12.05 14: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1년 동안 자산 규모가 10억달러(1조5000억원) 이상인 억만장자가 전 세계에서 300명 가까이 늘어난 반면 한국에서는 7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UBS은행이 5일 내놓은 ‘2025년 억만장자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새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사람은 287명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한국의 억만장자 수는 종전 38명에서 올해 31명으로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리치’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에서 억만장자 수가 감소한 것은 표면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 환산 자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워진 구조적 환경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기업의 기술혁신과 정부 지원이 맞물려 시너지를 낸 사례가 적지 않았다. 네이버가 자체 검색엔진 기술을 개발해 포털 시장을 선점하거나 중고물품 등 거래 플랫폼인 '당근'이 위치 기반 기술과 개인 간 거래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과정 등에서 정부의 인프라 지원은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기업과 정부가 한 몸으로 움직여도 생존 자체가 힘든 초유의 기술전쟁 시기인데도 한국에서는 민관의 유기적인 협업이 쉽지 않다. 일례로 한국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하나 지으려 해도 인허가에만 1년 반이 걸리는 실정이다. 전국적인 의대 쏠림 현상으로 서울대 공대에서만 매년 100명 이상이 수능을 다시 보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 유출이 국가적 문제가 된 지 오래지만 교육을 방치하는 동안 이공계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벤처가 성장하지 못해 슈퍼리치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혁신 주도형 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술 창업에 대한 모험자본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안정적인 연구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경제의 역동성이 되살아나고 한국판 슈퍼리치도 다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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