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안개·해킹까지 재현.. K-City 자율주행 검증 인프라 한눈에

파이낸셜뉴스       2025.12.07 12:17   수정 : 2025.12.07 11:56기사원문
실제 도로 구현한 K-City 시승부터 극한 기상·보안 시험까지
TS, 통합 검증 기반 구축하며 자율주행 상용화 준비 속도



【파이낸셜뉴스 화성(경기)=장인서 기자】지난 4일 오후 경기도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K-City. 테스트 트랙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 시험차의 주행음이 낮게 울렸다. 실제 도심과 유사한 코스를 따라 차량이 속도와 조향을 스스로 조절하자 연구진과 취재진의 시선이 모니터에 쏠렸다. 이날 시승은 현실 도로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위험 시나리오를 통제된 환경에서 반복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K-City 실증으로 자율주행 시대 앞당겨

K-City는 2018년 국토교통부 R&D로 구축된 65만㎡ 규모의 국내 최대 자율주행 실증단지로, 도심로·교차로·램프·터널 등 실환경을 정밀 복제한 주행 환경을 갖췄다. 시나리오 기반 주행, 센서 인식률 검증, 구간별 위험 대응력 평가를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어 레벨3·4 상용화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관제센터에서는 주행 로그, 센서 인식률, 주변 객체 움직임을 실시간 분석해 차량의 상황 대응 능력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어 실제 주행 구간에서 취재진이 탑승한 시험차 'ROii'는 A2Z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직선에서는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했고 곡선에서는 조향을 자동 조절했다. 합류부에서는 주변 차량의 속도와 움직임을 반영해 감속과 가속을 수행했다. 수집된 데이터는 관제센터로 전송돼 노면 상태, 인식률, 주행 궤적 비교 등에 활용된다.

라이드플럭스 차량도 별도 구간에서 실증을 진행했다. 기업별 알고리즘과 센서 조합에 따라 동일 코스에서도 차량 거동이 달라지는데, TS는 이를 활용해 판단 로직의 강·약점을 비교·분석하고 기업별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K-City에는 라이드플럭스·A2Z 등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과 연구기관이 입주해 3000여종 이상의 시나리오 기반 실증을 상시 진행 중이다.

레벨3·4 허가 시험은 △시나리오 설계 △실환경과 동등한 조건 구현 △센서 인식률 점검 △반복 재현성 평가 순으로 진행된다. 도심·교차로·곡선·터널 등 구간별 검증이 가능해 기업이 필요한 항목만 선택해 집중 시험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K-City 내부의 기상환경재현시설은 폭우·적설·안개 등 극한 기상 조건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국내 유일의 기반이다. 현실 도로에서는 동일 조건을 원하는 시점에 재현하기 어려워 상용화 단계에서 반복 검증이 가능한 시험 인프라로 평가된다.

이날 시연에서는 기상 변화에 따른 센서 취약성이 단계적으로 확인됐다. 짙은 안개에서는 카메라가 차선을 안정적으로 인식하지 못했고, 폭우 상황에서는 라이다가 강한 빗줄기를 장애물처럼 감지했다. 젖은 노면에서는 레이더 신호가 반사 간섭으로 왜곡됐다. TS는 동일 조건을 수십 차례 반복해 오류 패턴과 개선 전·후 변화를 정량적으로 비교하는데, 이는 레벨3·4 인증 과정의 필수 절차다. 향후 빗물 입자 크기와 안개 농도 등 기상 변수를 세분화해 '기상 표준 시나리오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ADAS·AEBS 등 첨단 보조기술 검증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는 기본적인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기능 시연이 이뤄졌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급발진 유사 상황에서 엑셀·브레이크 페달의 잘못된 조작 여부를 자동 판단해 출력 제어를 보정하는 기술로,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 차원에서 주목받았다.

이어 소개된 'AI 모니터링' 기술은 급가속·급조향 패턴, 차량 흔들림, 주변 보행자 접근 상황 등을 감지해 위험 가능성을 조기에 포착하는 기능으로 시연됐다. 사각지대 방지 장치 역시 후측방 접근 차량을 감지해 경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고도 ADAS 기능과 AEBS(자동긴급제동) 시험이 실도로 수준의 시나리오 기반으로 검증됐다. 차량이 전방 돌발 장애물을 감지하자 즉시 제동이 이뤄졌으며, 센서·제어기의 반응 속도와 알고리즘 오작동 방지 능력을 평가하는 절차가 병행됐다. 장애물의 재질, 속도, 차량 간격 등을 바꿔 수십 차례 반복 검증함으로써 현실 도로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경계 상황을 정밀하게 시험했다.

■보안 검증으로 해킹·제어 위협 대응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은 물리적 검증을 넘어 사이버 보안 대응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사이버보안센터는 차량 제어기(ECU)와 내부 통신망이 공격받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모의 해킹 시연에서는 내부 네트워크(CAN)에 공격 신호가 주입되자 조향이 흔들리고 전조등이 임의로 점멸했다. 계기판 정보가 비정상적으로 바뀌는 장면도 재현됐다. 자율주행차는 센서·제어기·통신망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보안 취약점은 곧 주행 안전성과 직결된다.

센터는 공격 유형별 탐지 규칙을 상시 업데이트하고 제조사·부품사와 연계해 연간 수백 건의 취약사례를 분석한다.
이 결과는 국제 기준(UN R155·R156)을 충족하는 국내 보안 인증체계 구축의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TS는 K-City 실증, 기상 재현, 보안 시험을 연계해 기업의 상용화 전 단계를 패키지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선영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현실 도로에서는 반복 검증이 어려운 위험 시나리오를 안전하게 시험할 수 있는 기반이 상용화의 핵심"이라며 "기업의 시험 접근성을 높여 국내 자율주행 기술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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