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 압박에 갇힌 한은, 금리인하 '조기 종료' 무게
뉴스1
2025.12.07 14:00
수정 : 2025.12.07 14:00기사원문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최근 고환율과 고물가 우려가 겹치면서 한국은행이 조기에 기준금리 인하를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1470원 고환율에 다시 튀는 물가…연초에도 상승 압력 강할듯
7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전망기관들은 내년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1%로 높여 잡았다. 노무라(1.9%→2.1%), 골드만삭스(1.8%→1.9%) 등 주요 외국계 IB 들도 내년 한국 물가 눈높이를 올려잡고 있다.
실제 최근 물가 지표도 심상치 않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하며 재차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달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2.9%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는 4.1% 상승해 장바구니 부담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내년 초에도 이같은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통상 1월에는 연초 가격 인상 영향으로 개인서비스 물가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패턴이 나타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1월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6%로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여기에 최근의 고환율 추세도 상승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470원 내외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의 상승은 석유류와 수입 농축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등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달러·원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0.03%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04%p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고환율·고물가 딜레마에 갇힌 한은…시장에선 "금리 인하 사실상 종료"
고환율과 물가 불안이 겹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운신의 폭은 좁아진 상황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자칫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성장률의 경우 내년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금리를 인하할 유인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기관들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1.0% 내외의 부진을 딛고 내년 잠재성장률(1.6%~1.8%)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중립금리 하단에 도달하게 되는데, 현재 경기가 반등하고 있고 물가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 추가 인하 명분이 약하다"며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금통위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험 관리 차원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기본 시나리오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또한 "지난 11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 인하 기조를 명시한 통방 문구를 변경하며, 인하 사이클 종결을 공식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물가상승률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에는 내수 회복과 맞물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류진이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당국 입장에서는 현재는 경기와 금융안정 사이에서 딜레마라면, 내년 특히 하반기에는 경기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의 통화정책 딜레마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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