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2029년 공학 전환…재학생 반발 속 갈등 재점화

뉴시스       2025.12.10 09:19   수정 : 2025.12.10 09:19기사원문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동덕여자대학교 공학 전환 타당성에 대한 외부 용역 결과 발표와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의견 조사' 학생 총투표가 실시되는 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 공학 전환 반대 래커칠이 보이고 있다. 2025.12.0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동덕여대가 2029년부터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래커칠 시위’로 불거졌던 공학 전환 갈등이 1년 만에 다시 고조되는 모양새다.

재학생들은 공학 전환 결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격화되는 가운데 학교를 겨냥한 흉기 범행 예고글까지 등장하며 안전 우려가 확산됐고, 여기에 김명애 총장이 교비 횡령 의혹으로 검찰에 넘겨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2일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 권고안이었다. 공론화위는 지난해 학교와 학생 사이 갈등이 격화된 뒤 공학 전환 여부를 둘러싼 의견을 제도적으로 수렴하자는 취지로 꾸려진 기구다. 공론화위는 “동덕여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남녀공학 전환이 필요하다”며 공학 전환 추진을 공식 권고했다.

권고안이 발표된 지 하루 뒤인 지난 3일, 김 총장은 “공론화위의 최종 권고안을 존중해 수용하겠다”며 공학 전환 방침을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총장은 “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재학생들의 걱정과 불안도 대학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동덕의 115년 여성 교육 역사는 우리 대학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이제는 이 창학정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해야 할 시점”이라며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학 전환 시행 시점은 현재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으로 계획했다.

이러한 총장의 신속한 결정은 학생 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재학생들은 이번 결정에 학교 전체 구성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거듭 문제 삼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동덕여대 제58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학생들이 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총투표 결과 전달 기자회견'을 마친 뒤 투표 결과 수용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정문에 붙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의견 조사' 오프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3470표 가운데 공학 전환 반대가 2975표(85.7%)로 가장 많았고, 찬성 280표(8.1%), 기권 147표(4.2%), 무효 68표(2%) 순이었다. 2025.12.09. bluesoda@newsis.com


◇재학생 반발 확산…“결정 절차 불합리해”

총학생회는 학생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총장이 공학 전환을 발표한 당일인 3일 곧바로 학생총투표를 실시했다. 3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의견 조사’에는 총 3470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2975명(85.7%)이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은 280명(8.1%), 기권 147명(4.2%), 무효 68명(2%)이었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자 총학생회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는 학생 총투표 결과를 즉시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학은 특히 공론화 절차 자체가 불합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비상학생총회와 올해 학생총회 등 여러 차례 공학 전환 반대 의사를 밝혀왔지만, 학교가 구성한 공론화위는 학생·교원·직원·동문을 일대일 동일 비율로 반영해 학생 의견이 가장 많은데도 같은 비중으로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 23명의 의견과 직원 1명의 의견이 동일하게 반영되는 구조였다”며 “총투표가 시작된 당일 총장이 권고안 수용을 공지해 학생 의견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칼부림 예고 글에 총장 비리 논란까지

공학 전환 논란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동덕여대를 겨냥한 흉기 범행 예고글이 온라인에 게시되면서 학내 긴장은 더 심화됐다. 지난 3일 새벽 온라인에 동덕여대를 대상으로 한 칼부림 범행 예고 글이 올라왔다. 문제의 글에는 ‘학교에 갈 준비가 됐다’는 영어 문구와 함께 가방 속 칼 사진이 첨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예고글이 게시된 지 하루 만인 지난 4일, 작성자 10대 여성 A씨를 특정해 마산 관할 경찰과 공조해 검거했지만, 위협성 글로 인해 학교와 학생단체는 예정된 일정을 모두 잠정 연기해야 했다.

대학 본부는 4일 예정돼 있던 ‘캠퍼스 래커 제거 행사’를 안전 우려로 연기했고, 동덕여대 중앙 동아리 연합 ‘민주없는 민주동덕’도 같은 날 계획한 시위를 미뤘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내외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 김 총장이 교비 횡령 의혹으로 검찰에 넘겨지면서 갈등은 더욱 확산됐다.

김 총장은 지난달 초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불구속 송치됐다. 그는 교육 목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자문 및 소송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건은 여성의당이 지난해 12월 김 총장과 조원영 동덕학원 이사장 등 학교 관계자 7명을 고발하며 시작됐다.

고발장에는 ▲학교법인 기본재산인 방배동·평창동 아파트 무상 거주 ▲교비 회계로 개인 주택 매입 ▲회의비·직책수당 과다 수령 ▲교비 횡령 등 의혹이 담겼다. 다만, 김 총장을 제외한 6명은 불송치됐다.

나머지 6인에 대한 불송치 결정이 나오자 여성의당은 9일 동덕여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불송치 사유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에도 동덕여대 재단에 대한 전면 감사와 교비 횡령 의혹 규명을 거듭 촉구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육부는 사학의 자율성을 운운하면서 동덕여대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며 “현직 총장이 횡령 혐의로 송치가 된 상황에 교육부가 나서서 방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재학생들도 “본인들의 횡령으로 구멍 낸 재정을 메워야 한다는 핑계로 공학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학교와 재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학교 측은 “개인적 용도로 교비를 사용한 것이 아닌, 학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법률 대응 비용이 문제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승진 규정 적용 문제 ▲직원 징계 관련 노무 자문 ▲교육시설 점거 대응 비용 등이 송치된 일부 내역이라며 “모두 정당한 법률 자문을 거쳐 집행한 학교 업무 관련 비용”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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