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미국서 잇따른 兆단위 ESS용 수주 '잭폿'…中 관세 반사이익
뉴스1
2025.12.10 11:46
수정 : 2025.12.10 11:46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에서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세 속 기술력 확보와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006400)는 10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ESS용 LFP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2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27년부터 약 3년간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SDI가 ESS용 LFP 배터리로 대형 계약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장 진입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테슬라와 단일 계약 기준 최대인 약 6조 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계약을 완료했으며, 추가공급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확보해 최대 7.2GWh의 공급 계약이 기대된다. 이 경우 계약규모는 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LFP 후발주자 K-배터리…미중 갈등 속 기술개발·현지생산 대응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과 같은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고, 고온이나 충·방전 반복에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대형 ESS에 적합하다. 이에 LFP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시장을 장악해 왔다. 전기차용 고밀도 배터리에 초점을 맞춰 NCM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국내 배터리 업체는 후발주자에 머물렀다.
하지만, 미중 갈등 속 미국 정부가 그동안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산 배터리에 60% 안팎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장은 재편되고 있다. 미국에서 ESS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한국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기회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LFP 개발 강화와 북미 현지 생산 라인 전환을 통해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부터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스텔란티스와의 캐나다 합작법인 등 기존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SK온도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일부 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 현지 생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해 고객 수요에 적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 속 ESS K-배터리에 새로운 기회로
국내 배터리업계는 연이은 ESS 계약 수주로 그동안 약점으로 평가받던 LFP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안전성, 품질 신뢰성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ESS 프로젝트 특성과 부합한다는 평가다.
ESS는 수조 원 단위 장기공급 계약이 가능한 시장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 속 K-배터리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ESS는 전기차 대비 보조금 영향이 적고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돼 대형 장기 계약을 확보하기 용이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미국 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확대, 전력수급 불확실성, 재생에너지 확산 등 복합 요인으로 ESS 구축을 대폭 늘리고 있으며, 2030년까지 ESS 신규 수요는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유럽 시장 공략도 기대된다. 유럽 최대 ESS 시장인 독일의 전력회사 RWE가 추진 중인 독일 최대 규모(400MW·700MWh 규모) ESS 프로젝트 역시 LFP 배터리를 채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모두 비중국계 LFP 공급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최근 확보한 대형 계약들이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높인 만큼, ESS 분야에서도 사업 기회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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