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건넸고 계속 협상 중” KIA와 조상우의 동상이몽… 하지만 ‘칼자루’는 구단이 쥐었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0 12:58   수정 : 2025.12.10 13:52기사원문
KIA "조상우에게 제안 건냈고 협상 중"
구단은 "조상우가 필요하다" 스탠스
제시 조건 조상우의 눈 높이에 안맞을 가능성 커
A등급의 족쇄 조상우에게는 가장 큰 난제
남아도, 떠나도 급할 것 없는 KIA... 조상우의 선택에 달렸다





[파이낸셜뉴스]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뜨거운 광풍이 지나가고 찬 겨울바람이 FA 시장에 몰아치고 있다.

KIA 타이거즈가 조상우에게 제안을 건넸다.

구단 관계자는 “조상우 측에 조건을 제시했고,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잔류 협상’이라는 평범한 프로세스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구단과 선수 사이의 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시각차는 극명하다. 냉정하게 말해, 이번 협상의 ‘칼자루’는 선수가 아닌 구단이 쥐고 있다.

시장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두산 베어스가 이영하에게 4년 총액 52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안기며 불펜 시장에 거대한 기준점을 세웠다. 기록만 놓고 보면 조상우가 이영하에게 밀릴 이유는 전혀 없다. 조상우는 올 시즌 60이닝을 소화하며 28홀드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이영하(66.2이닝 14홀드 평균자책점 4.05)보다 홀드는 두 배 많고 방어율은 더 낮다. 통산 성적과 이름값까지 더하면 조상우 측이 “52억 원 이상”을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생리다.

하지만 KIA가 바라보는 조상우의 가치는 이 ‘시장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KIA는 올 시즌 철저한 ‘합리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KIA 관계자는 "우리는 확실히 잡아야할 선수는 잡는다는 원칙이 있다. 양현종이 그 사례다. 다만, 우리가 평가한 선수의 금액이 있다. 그 금액을 지나치게 넘어서는 오버페이 경쟁에는 뛰어들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시즌 KIA의 협상 원칙이다.

그리고 이러한 협상은 핵심 중에 핵심인 양현종이나 최형우에게까지도 적용됐다. 총액은 최대한 높히지만, 옵션을 붙여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형식이다. 양현종에게 2+1년 45억이라는 금액은 김광현을 뛰어넘는 후한 금액이다. 하지만 그 안에 +1년은 작은 금액이 아니고, 양현종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을 해야 갖고갈 수 있는 옵션이다. 최형우도 마찬가지였다. KIA는 최형우에게 총액은 삼성보다 더 높혔지만, 계약 기간을 옵션으로 두는 안전장치를 두었던 것도 이런 협상 기조다.

양현종이나 최형우도 이럴진데 KIA 입장에서 조상우는 ‘반드시 잡아야할 선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해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그리고 현금 10억 원이라는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며 영입했지만, 결과는 실패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150km/h를 상회하며 타자를 윽박지르던 전성기의 구위는 사라졌다. 결정적인 여름 승부처에서 무너지며 팀 추락을 막지 못했다. 구위가 떨어지다보니 미래 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이 이영하 급의 대우를 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거기에 KIA는 이미 ‘포스트 조상우’를 대비했다. 2차 드래프트로 이태양을, 보상선수로 홍민규를 데려왔고 트레이드로 한재승, 김시훈을 수혈해 뎁스를 채웠다. 황동하도 내년 시즌에는 로테이션에 합류하고, 전상현도 아직 FA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성영탁도 있고, 마무리 정해영도 건재한 상황이라 우완 불펜 라인의 숫자는 꽤나 풍족해진 편이다.

즉 우완 조상우가 무조건 ‘대체 불가 자원’은 아니라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 시즌 LG로 떠난 장현식(4년 50억 전액 보장)이 올해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을 보며, KIA 내부는 당시의 이별이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평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올 시즌 KIA가 거둔 8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조상우에게 큰 돈을 쓸 수 없는 충분한 명분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상우 입장에서는 KIA를 떠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조상우는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고, KIA는 보상금과 20인 외 보상선수를 받을 수 있으니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 일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조상우가 갈 곳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조상우가 달고 있는 A급등 족쇄 때문이다. 이것이 KIA가 칼자루를 쥔 결정적인 이유다.

그를 영입하려면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과 막대한 보상금을 KIA에 내줘야 한다. 구위가 떨어진 불펜 투수에게 유망주 유출을 감수하며 50억 원 이상을 배팅할 구단은 현실적으로 없다. "타 구단이 원하는 선수였으면 벌써 계약했을 것"이라는 말처럼 시장의 반응이 너무나 조용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경쟁이 없으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KIA는 "여전히 조상우가 필요하다"라는 스탠스와 함께 제안을 넣고 있다. 이제 선택은 조상우의 몫이다. 자존심을 굽히고 KIA의 ‘합리적 제안’을 받아들여 명예 회복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차가운 시장의 외면을 견디며, 그에게 지갑을 열 새로운 구단이 나타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것인가.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쪽은 구단이 아니라 선수쪽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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