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오른 '대기만성' LG 신민재, 쉴틈 없이 다시 달린다

뉴시스       2025.12.10 12:30   수정 : 2025.12.10 12:30기사원문
육성선수로 데뷔해 올해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수상 "시상식 직전에도 운동…대표팀 뽑히면 대주자로도 뛸 것"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LG 트윈스 신민재가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0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육성선수로 시작해 리그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신민재(LG 트윈스)는 꿈같은 순간에도 여전히 겸손하게 다음을 준비했다.

신민재는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루수 부문 수상자로 이름이 불렸다.

의지와 패기만으로는 도약하기 쉽지 않았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드디어 신민재는 리그 최고의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다.

들뜰 법도 하지만 누구보다 침착했다. 신민재는 수상자답지 않게 시종일관 진지하고 차분한 얼굴이었다.

수상 직후 취재진을 만난 신민재는 "트로피가 생각했던 것보다 밝진 않다"고 희미하게 웃으며 "수상소감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내 얘기를 할 땐) 살짝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LG 트윈스 신민재가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염경엽 감독, 차명석 단장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5.12.09. myjs@newsis.com


생애 첫 황금장갑을 손에 넣은 그는 "실제로 들어보니 무겁다"며 "앞으로 계속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더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전했다.

트로피를 위해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담담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신민재는 "저는 진짜 골든글러브 생각을 안 했다. 야구에만 집중했다. 제가 개인 성적을 신경 썼다면 타율 3할 위로 올라가는 순간 성적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올 시즌 제가 1번 타자로 경기를 나갔고, 조금 힘들게 정신없이 시즌을 보내서 기록이 좋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없고 주전으로서 1군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었다"는 그는 리그 최고의 2루수로 인정받았으면서도 여전히 "계속 매년 한 단계씩 조금씩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LG 트윈스 신민재가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박해민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5.12.09. myjs@newsis.com


2015년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퓨처스(2군)리그를 전전했던 그는 2018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의 지명을 받으며 반전을 시도했다.

2019년에서야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신민재는 많지 않은 기회에도 꿋꿋이 버텼고, 2023년 염경엽 감독을 만나 제대로 꽃을 피웠다.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그는 빛나는 수비 능력과 정교한 콘택트 능력,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LG가 강팀의 반열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2025년, 팀은 통합우승을, 자신은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으며 최고의 한 해를 마무리했다.

다만 10년 전의 자신처럼 힘들게 운동하는 후배 선수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제가 조언을 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신민재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제가 얘기를 한다고 해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의 귀엔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조금 힘들더라도 그만두기 전까지는 조금 더 열심히 잘 버텨서 이겨내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말을 건넸다.

[대전=뉴시스] 김근수 기자 = 29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3회말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LG 신민재가 동점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25.10.29. ks@newsis.com


올 시즌 최고의 1년을 보낸 신민재는 벌써 다음 시즌,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내년 1월부터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사이판 전지훈련에 나선다.

이날 신민재는 "한 2주 전에 아내랑 둘이 3박4일 짧게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고 돌아와선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도 시상식 오기 전에 (박)해민이 형이랑 잠실에서 운동하고 왔다"며 "쉬는 것은 열흘이면 충분하다. 휴식을 취했으니까 이제 회복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여전히 자신을 독촉했다.

지난해 프리미어12를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는 더 큰 무대까지 노리고 있다.


"각오는 딱히 없고 뽑아주시면 아주 열심히 하겠다"는 그는 달라진 자신의 위상에 부담을 느끼진 않느냐는 질문에도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누구나 있다"며 "2루수가 아니라 대주자라도 일단 뽑아주시면 상황에 맞게 필요에 맞게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개인적인 목표는 크게 없다"며 "골든글러브 한 번 더 받는 것보단 팀이 우승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 2023년에 우승하고 또 하고 싶었는데, 두 번 우승해도 똑같이 또 우승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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