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속도전…유럽 ‘통합망’·일본 ‘토큰 MMF’ 띄운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3 06:00
수정 : 2025.12.13 06:00기사원문
미국 이어 전통 자산 토큰화 ‘제도권 안착’
ECB, 새해 통합 결제 플랫폼 ‘폰테스’ 가동
미쓰비시UFJ, ‘토큰화 MMF’로 유동성·수익성
[파이낸셜뉴스]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의 대형금융그룹이 실물자산토큰화(RWA) 시장 선점을 위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ECB는 유럽 자본시장을 하나로 묶는 ‘디지털자본시장 연합’ 구축을 위해 내년 하반기 중앙은행 화폐(CeBM) 결제 플랫폼 ‘폰테스(Pontes)’를 가동할 예정이며,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는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개발에 착수했다.
1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피에로 치폴로네 ECB 집행이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토큰화는 유럽 자본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파편화를 해결할 열쇠”라고 강조했다.
우선 ECB는 유로 시스템의 결제 인프라와 민간 DLT 플랫폼을 연결하는 솔루션인 ‘폰테스’를 내년 3·4분기부터 도입한다. 폰테스는 중앙은행 화폐로 토큰화된 자산을 결제할 수 있게 하여 민간의 스테이블코인이 지닐 수 있는 신용 리스크나 유동성 제약 없이 안전한 결제 완결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토큰증권(STO) 업계 관계자는 “ECB 행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디지털 단일 시장’ 인프라를 중앙은행 주도로 깔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상품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등 MUFG 계열사는 일본 토큰증권 플랫폼 ‘프로그마(Progmat)’와 협력해 일본의 사실상 첫 ‘토큰화 MMF’ 개발에 돌입했다.
블랙록 등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토큰화 MMF 시장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한 가운데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해소 기조와 맞물려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MUFG 계열사의 토큰화 MMF 핵심은 스테이블코인과의 연계다. 이자가 없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토큰화 MMF는 수익을 제공하면서 블록체인상에서 즉시 환매와 이동이 가능하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핵심 수단이 될 전망이다.
미국 월가 중심으로 이뤄진 RWA 시장에 ECB와 일본이 합류한 배경에는 ‘디지털 주권’ 수호의 의도가 깔려 있다. ECB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달러 등 외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유로존의 전략적 자율성과 통화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비은행권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은 부분지급준비금의 혜택을 받지 못해 뱅크런 등의 위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즉 안전한 중앙은행 화폐(CeBM)를 디지털 자산 시장의 ‘위험 없는 결제 앵커(Anchor)’로 심어 민간의 혁신을 지원하되, 통제권은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TO 등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STO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며 연내 처리가 유력한 가운데 부동산, 미술품 등 ‘조각투자’에 머물러 있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우려다. 국내 STO 법제화 논의가 지연된 사이 글로벌 시장은 주식, 채권, MMF 등 핵심 자본시장 상품을 디지털화하는 단계로 진입한 상황이다.
STO 관계자는 “ECB의 ‘폰테스’와 그 뒤를 이을 통합 원장 시스템 ‘아피아(Appia)’ 구상은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스마트컨트랙트(조건부 자동실행 계약체결) 기반 금융 시장을 예고한다”며 “국내 역시 글로벌 정합성에 맞춘 인프라 표준화와 규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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