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유리한 포괄임금제가 있나" 대통령이 던진 질문

파이낸셜뉴스       2025.12.13 07:00   수정 : 2025.12.13 07:00기사원문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서
포괄임금제 관련 논의
李대통령 "일부 기업 제도 악용"
"잘 모르는 청년들 노동착취수단"
근로기준법상 포임제 관련 규정 無
법원 판례 따라 관행적 운영
노동부, 오남용 감독, 출퇴근 기록 의무화 추진
근로기준법 개정 가능성도
규제시엔 근로시간 산정·관리 쟁점 떠오를듯

[파이낸셜뉴스]"포괄임금제를 악용해서 잘 모르는 청년들에 대한 노동착취수단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제도 자체의 남용 여지가 너무 큰 것 아닌가"

"포괄임금제는 대체적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나"

"사용자가 자기한테 유리하지 않은 걸 할 리가 있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도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직접 던진 질문입니다.

과거 정치권에서도 찬반 논쟁을 겪어 온 포괄임금제에 대한 규제가 내년부터 노동당국을 중심으로 재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괄임금제가 대체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궁극적 목표는 노동자 적정 임금·근로시간을 저해하는 포괄임금제 악용 사례를 방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공짜 야근·'장시간 노동'의 원흉인가, 아니면 적정·효율적 임금책정 수단인가. 많은 근로자와도 연관돼 있을 포괄임금제에 대해 짚어보려 합니다.

■"각종 수당을 포함해 당신이 받게 될 기본급은 000만원입니다" 포괄임금제

우선 포괄임금제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포괄임금제는 법정근로시간 초과근무, 야간근로, 휴일근로 등으로 발생하는 가산수당을 근로 여부에 따라 사후에 책정·지급하지 않고, 근로자가 받게 될 각종 수당 규모를 사전에 정하고 기본급에 포함시켜 근로계약을 맺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출·퇴근 기록이 어렵거나 정확한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일부 업종·기업에서 이 같은 계약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임금제'라는 간판과 다르게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관계법령에 명시돼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상 기준이 정해져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단위기간을 정해 특정한 주의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노사합의로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 재량근로(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한해 업무수행 방법을 근로자 재량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등과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죠.

■"법원 판례로 운영"…법원은 "정당성 인정될 시 유효"

이번 업무보고에서도 대통령과 장관이 논의했듯이, 포괄임금제는 법보다 법원의 판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제 약정 절차나 또는 이로 인한 적정 임금 미지급, 퇴직 후 수당 지급 여부 등을 따지기 위한 근로자-사용자 간 소송에 따른 결정에 기반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지금까지 판례·판시에 따르면,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포괄임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도 짚은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포괄임금 약정 성립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 단위 △단체협약·취업규칙 내용 △동종 사업장 실태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성·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해당 포괄임금제로 인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발생 여부 및 정도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포괄임금의 적절한 산정 기준도 필요하겠죠. 법원은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한 사례에 대해선 그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은 바도 있습니다.

■李대통령 "판례, 절대법 아냐…필요하면 법 개정·지침 마련해야" 지시

이 대통령은 노동부를 향해 법 개정 및 정부 지침 마련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오남용 가능성이 큰 포괄임금제도 다른 법정 근로시간제처럼 노동법에 규정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으로 읽힙니다.

이 대통령은 "판례가 절대법은 아니다"며 "(전면) 금지는 현실적이지 않으니 포괄임금제가 가능한 경우를 세세하게 정하고, 법으로 개정이 어렵다면 노동부 지침으로 만들 수 있지 않나"라고 짚었는데요.

이 대통령은 오남용 가능성이 큰 포괄임금제를 다른 법정 근로시간제처럼 노동관계법 상 규정해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인식으로 읽힙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법정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관리·감독 정도입니다. 이외엔 분쟁·불이익 발생 시 근로자는 법원으로 향해야 하는데, 법원의 최종심이 나올 때까지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지? 규제? 관리?

노동부는 우선 포괄임금제 오남용 금지를 추진합니다. 포괄임금 오남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분기별 기획감독을 실시하는 한편, 가능한 사업장부터 출·퇴근시간 기록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추후 법 개정 필요성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업무보고 이후 브리핑에서 "기존에도 포괄임금 계약 자체 금지안, 일부 근로시간 기록·관리안, 오남용이 예상되는 유형별 규제안 등 판례를 기초로 한 폭넓은 안이 언급된 바 있다"며 "법적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만약 포괄임금제가 규제된다면, 측정이 어려운 근로시간 산정·증명 기준, 출·퇴근을 비롯한 근로시간 관련 사용자의 구체적 통제·관리 여부 및 수준 등이 사용자와 근로자 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규제 갈림길에 선 포괄임금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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