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NC파크 추락사, 유족은 피가 마르는데... 원인 규명하는데 1년이 넘게 걸리나

파이낸셜뉴스       2025.12.21 13:00   수정 : 2025.12.21 22: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즐거움과 함성이 가득해야 할 야구장이 한순간에 비극의 현장이 됐다. 그리고 그 비극의 원인을 찾는 시계바늘은 야속하게도 너무나 느리게 돌아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끔찍한 구조물 추락 사고. 야구를 사랑했던 20대 청년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9개월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도대체 왜, 누구의 잘못으로 그 무거운 쇳덩이가 떨어졌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답답하고 가슴 먹먹한 노릇이다.

시계를 지난 3월 29일로 되돌려보자. 프로야구의 열기로 뜨거웠던 그날, 창원NC파크 3루 쪽 외벽에 붙어 있던 60kg짜리 외장마감재(루버)가 관중석을 덮쳤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20대 관중은 사고 발생 이틀 만에 끝내 눈을 감았다. 그가 원했던 것은 그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소소한 행복뿐이었을 것이다.

사고 직후 분위기는 급박했다. 국토교통부 추천 인사와 외부 전문가 등 11명으로 구성된 '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꾸려졌고, 경찰은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투트랙' 조사가 시작되면서 금방이라도 책임 소재가 명명백백히 가려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270여일이 지난 12월 21일 현재,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남도와 경남경찰청은 여전히 "마무리 시점을 특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조위는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경찰은 "법리 검토가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공중이용시설의 결함으로 인한 사망 사고, 즉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설계부터 시공, 감리, 그리고 관리 주체인 창원시와 NC다이노스 구단, 시설공단까지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유족과 야구팬들이 느끼는 체감 시간은 다르다. 경찰은 이진만 NC 대표이사와 창원시설공단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했고, 자료도 확보했다. 그런데도 9개월 동안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수사의 신중함을 넘어선 '행정의 지체'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사조위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독립성과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지만,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원인조차 명확히 내놓지 못하는 조사가 과연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2024 시즌은 끝났다. 선수들은 겨울 휴식기에 들어갔고, 팬들은 내년 시즌을 기약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3월 29일, 그날의 시간 속에 갇혀버린 유족들에게 봄은 오지 않고 있다.

수사 기관과 조사위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억울한 피해자가 없어야 하니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 '신중함'이 누군가에게는 피를 말리는 고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야구장은 누구나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 믿음이 깨진 자리에서, 우리는 아직도 답을 듣지 못했다. 해를 넘기는 수사, 길어지는 침묵 속에 팬들의 불안과 유족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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